15만명 반정부 시위…“오늘 12시까지 의회 해산”
군경 5만명 방콕 배치…총리 “강경진압은 안한다”
* 레드셔츠 : 탁신 전 총리 지지파
군경 5만명 방콕 배치…총리 “강경진압은 안한다”
* 레드셔츠 : 탁신 전 총리 지지파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레드 셔츠’ 시위대가 타이 방콕을 다시 붉게 물들였다.
탁신을 지지하는 반독재민주주의연합전선(UDD) 시위대 15만여명은 14일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 단체 지도자 위라 무시카퐁은 “정부는 24시간 내에 의회를 해산하라”며 “15일 낮 12시까지 해산하지 않을 경우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있는 제11보병여단 사령부까지도 시위대를 이끌고 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독재민주주의연합은 앞서 14일 정오까지 의회를 해산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는데, 이번에 다시 시간을 연장했다. 타이 <방콕 포스트>는 이날 시위를 정부와 탁신 지지자 사이의 “정오의 대결(High Noon)”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국회의사당과 정부청사 등과 가까운 랏차탐넌 거리를 핵심 집결지로 삼았다. 14일 시위대는 경찰 등과 별다른 충돌은 없었지만, 15일 행진 때는 충돌이 우려된다.
시위대 지도부에 속한 차뚜폰 프롬판은 “정부는 일주일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나흘 정도 시위로도 충분하다”고 장담했다고 타이 일간 <네이션>은 전했다. 시위대는 지난 12일부터 치앙마이 등 타이 북부를 중심으로 버스를 대절하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방콕으로 집결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방문 일정을 취소한 아피싯 총리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시위대를 강경진압할 뜻은 없다”고 말하고, 비상사태도 선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의회해산과 사임 요구는 민주주의에서 정상적인 일이지만, 나는 내 임기를 마칠 권리가 있다”며 시위대의 하야 요구는 거부했다.
타이 정부는 방콕에 5만여명의 군과 경찰을 배치했다. 타이 정부는 일찌감치 이번 시위에 통행금지 등을 선포할 수 있는 타이의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아피싯 총리는 지난해 4월 반정부 시위를 초기에 막지 못해 ‘아세안+3’ 정상회의까지 취소했던 적이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이번 시위가 내년 12월 총선이 치러지기 전에 아피싯 정권이 조기 퇴진할지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이 대법원이 지난달 26일 탁신 전 총리 동결 재산에 대한 몰수 판결을 내린 것이 이번 시위의 직접적 계기였다. 탁신 전 총리는 2006년 군부 쿠데타로 물러났지만 농가부채 탕감과 값싼 의료보험 도입 등으로 서민층의 지지가 여전하다. 레드 셔츠 시위대는 탁신이 부당하게 쫓겨났다며 궁극적으로 그의 복귀를 원하고 있다. 타이 밖으로 떠돌고 있는 탁신은 트위터 등을 통해 지지자들에게 “포기하지 말라. 우리는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다. 나는 희생자다”며 시위대를 독려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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