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 ‘홍동의 현장’]
정부군 유혈진압 6명 사망…방송국 등 20여곳 불타
정부군 유혈진압 6명 사망…방송국 등 20여곳 불타
방콕은 아직도 불타고 있었다.
반독재민주주의연합전선(레드셔츠) 지도부가 투항을 선언한 지 몇 시간이 흐른 19일 밤, 방콕 중심가엔 매캐한 공기가 느껴졌다. 진압작전 이후 밤 8시부터 통행금지가 실시되면서 도심은 적막에 휩싸였다. 소방차와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와 헬리콥터의 굉음이 통행금지가 선언된 수도의 적막을 깨뜨렸다. 투항 선언 뒤 일부 시위대가 지른 불 냄새와 열기가 섭씨 30도를 넘는 끈끈한 기온과 뒤엉켰다.
이날 오후 1시30분께 레드셔츠 지도부가 “당국에 항복한다는 게 패배했다는 뜻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시위 중단을 선언하고 경찰청에 자신 출두했지만, 분을 삭이지 못한 일부 시위대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타이 정부는 뿔뿔이 흩어진 이들이 증권거래소와 채널3 방송국, 백화점 등 20여곳에 불을 질렀다고 밝혔다. 현지 방송들은 불이 붙은 채널3 방송국에서 100여명의 직원들이 옥상에서 헬기를 타고 탈출했다고 전했다. 지난 3월14일 이후 사망자 75명, 부상자 1400여명만을 남긴 싸움을 접는다는 게 그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타이 정부는 레드셔츠 지도부의 항복으로 사태가 일단락됐다고 선언했다. 산센 깨우깜넷 육군 대변인은 레드셔츠 지도부의 투항 뒤 “당국이 상황을 전반적으로 통제하게 됐다”고 말했다.
타이 군경은 지난 17일 오후 3시까지 해산하라는 최후통첩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날 전격적으로 진압에 나섰다. 새벽 5시50분께부터 장갑차 여러대를 앞세운 진압군이 라차쁘라송 교차로 남쪽에서 진압을 시작해 간헐적으로 총격전을 벌이며 포위망을 좁혀갔다. 레드셔츠 지도부는 바리케이드가 무너지고 포위망이 좁혀오자 “사망자가 더 나오는 것을 막으려는 결정”이라며 투항을 선언했다. 이날도 작전 과정에서 이탈리아 기자 1명과 시위대 5명 등 모두 6명이 숨졌다.
그러나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농민·빈민층의 반감은 여전해 정치·사회가 완전한 평온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콕 포스트>는 북동부 우돈타니주 등에서 방콕 시위대 진압에 항의하는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시청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고 전했다.
방콕/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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