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토문제 타협 없다” 중국 강경
남중국해 등 분쟁서 유리한 위치 확보할 의도
중국은 이번 ‘댜오위다오 갈등’에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강경한 태도로 일본을 압박하고 있다.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두고 경쟁중인 일본과 영토·주권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둘러싸고 ‘지정학적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중국해 등에서도 복잡한 영토분쟁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으로선 이번에 물러선다면 다른 사안에서도 어려운 처지에 몰리게 된다는 사정도 작용하고 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최근 서해에서의 한-미 군사훈련과 남중국해 영토분쟁 문제가 불거진 속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고 국민의 반일 여론이 고조된 점 등을 민감하게 의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3일 “미국과 아시아 동맹국들이 중국에 대한 반격에 나서 최근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영토분쟁에서 중국에 물러서지 않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일본이 굽히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그런 흐름 속에 있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세안(ASEAN) 정상들은 24일 뉴욕에서 회담한 뒤 중국을 겨냥해 ‘남중국해 분쟁에서 어떤 군사력의 사용 또는 위협에도 반대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중국과의 또다른 갈등 요인이 될 조짐이라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자칭궈 부원장은 “중국은 영토·주권 문제에 대해서는 절대로 타협하거나 양보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일본이 타협해 선장을 석방할 가능성이 높지만 계속 구류한 채 충돌로 나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 후진타오 주석이 불참하는 방안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융넨 싱가포르국립대학 동아시아연구소장은 23일 <연합조보>에 “원자바오 총리 발언은 이번 사안을 정치적으로 빨리 해결하길 바란다는 신호를 일본에 보낸 것이지만, 일본 정부는 중국에 약한 모습을 보일수록 국내 민족주의 세력을 설득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단시일 내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영토분쟁 실익 없다” 일본 당혹
가스전 등 고려 외교적 타협 관측속 보수 눈치보기
일본이 센카쿠 열도의 ‘영해’를 침범함 사람을 장기간 구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4년 3월 중국인 활동가 7명이 섬에 무단상륙했을 때는 체포 이틀 만에 추방했다. 2008년 6월 영해침범을 이유로 대만 어선을 해양순시선이 충돌해 침몰시켰을 때도 선원들은 조사 뒤 곧 풀어줬으며, 과잉 대응을 사과하고 배상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어선 선장을 열흘간 구속한 뒤, 구속기간을 열흘 연장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 어선 선장이 해양순시선에 일부러 두 차례나 충돌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처음부터 “국내법에 따라 엄정 처리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런 결정은 무엇보다 국내정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민주당 정부의 대중정책을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선장을 풀어줄 경우, 국내 보수파의 강한 반발이 뻔했다.
일본 정부는 선장을 구속해도, 중국이 이렇게까지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는 예상하지 않았던 듯하다. 사건 초기 외무성은 가스전 공동개발 교섭 등을 고려해 양국이 곧 타협을 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예상외로 중국이 강하게 나오자, 일본은 중국의 진의 파악에 부심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서는 “중국이 세계 2위로 뛰어오르는 경제력을 과시하면서, 그동안 미국과의 대립을 피해 영토문제를 제기하지 않던 태도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일본은 센카쿠열도가 ‘분쟁지역’으로 떠오르면 실효지배를 하고 있는 일본에 결코 유리할 게 없다고 본다. 또 경제적 협력 관계를 고려하더라도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이로울 게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런 까닭에 ‘냉정한 대응’을 중국에 요청하면서, 정상회담 등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모색하려 했다. 그러나 중국이 이 또한 거부하자 처지가 궁색해졌다.
일본의 최대 고민은 29일 구속만기일을 맞는 선장의 신병을 어찌 처리해야 할 것인지다. 일본 외교가에선 “중국의 반발에 굴복해 선장을 풀어줄 경우, 중국 내 ‘민족주의’에 더 힘만 실어줄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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