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언론 취재 제한·선거감시 금지…부정선거 의혹도
아웅산 수치의 NLD “군부통치 연장 기도” 선거 거부
아웅산 수치의 NLD “군부통치 연장 기도” 선거 거부
20년 만에 처음으로 총선이 실시된 7일 미얀마. 전국 4만여곳 투표소 주변과 거리 곳곳에는 무장 경찰이 배치됐으며, 최대 도시 양곤은 평소와는 다르게 매우 조용했다. 미얀마 군사정부의 엄격한 통제에 외신들이 전한 현지모습은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는 축제의 마당’이 아닌 긴장감이 팽팽한 분위기였다.
외국 언론의 미얀마 총선 취재는 미얀마 현지 사무소의 기자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허용됐으며, 외국 단체들의 선거 모니터링은 금지됐다. 수도인 네피도의 상점들은 선거 이틀 전인 5일 밤부터 선거가 끝날 때까지 영업이 금지됐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비비시>(BBC)는 선거 며칠 전부터 인터넷이 자주 연결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미얀마 군사정부가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취한 조처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투표는 이날 새벽 6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뤄졌으며, 군사정부는 언제 선거 결과를 발표할지에 대해 밝히지는 않고 있다.
이번 총선은 1990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이 압도적 승리(전체 492석 중 394석을 차지)를 거둔 이후, 20년 만에 처음 치러졌다. 미얀마 군부는 90년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고 20년 동안 의회 없는 군사 통치를 강행하다가, 이번 총선을 통해 민간정부로 형태를 바꾼다. 그러나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은 “군복을 벗은 군부 통치 연장 기도”라며 총선참여를 보이콧했고, 정당 등록도 하지 않아 정당은 해체됐다. 수치의 가택연금이 13일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지만, 이도 총선이 끝난 뒤다.
선거 결과는 군부의 압도적 승리로 끝날 전망이다. 군사정부는 상·하원과 지역의회 1159석을 뽑는 이번 총선 의석의 25%를 군부에 할당하는 ‘안전장치’를 뒀다. 군부가 선거법에 후보 1인당 등록비로 노동자 평균 임금 1년치에 해당하는 약 500달러를 요구해 자금력이 부족한 야당은 후보를 많이 낼 수 없었다. 최대 야당인 민족민주세력(NDF)은 164명을 후보로 낸 데 비해, 군부가 이끄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1112명 거의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냈다. 유일한 대항마는 후보 995명을 낸 민족단결당(NUP)이지만, 군부의 또다른 정당일 뿐이다. 수치의 민족민주동맹이 해체된 빈자리에는 야당 40여곳이 난립해 분열된 상태다.
선거의 참여든 거부든 미얀마인들에겐 20년 만에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기회였다. 컴퓨터 기술자인 이이(45)는 “집에 가만히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며 “군부의 통합단결발전당에 대항하는 투표를 했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반면 틴 아웅(60)이라는 시민은 “90년에는 투표를 했지만 이번에는 거부하기로 했다”며 “하지만 겁이 난다”고 말했다.
군부가 군부 쪽 정당들에 투표하라고 강요하며 부정선거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있다. 야당인 민족민주세력의 킨 마웅 스웨는 <로이터> 통신에 “선거 전부터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군부의 최고 실권자인 탄 슈웨 국가평화발전평의회(SPDC) 의장은 선거에 나서지 않지만 향후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로 구성하는 의회에서 의원들이 투표해 대통령을 뽑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인구 5900만명 중 1500만명에 해당하는 소수민족들은 이번 선거에서 대부분 소외됐다. 군사정부가 보안상의 이유 등을 들어 3400여곳 소수민족 마을에 투표소를 설치하지 않아, 이들은 투표권을 사실상 박탈당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