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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저임금 쌓인 분노 ‘임금인상 차별’에 폭발

등록 2010-12-13 20:09

방글라데시 의류노동자 대규모 시위 왜?
치타공·다카 등 시위로 최소 4명 사망·200명 부상
최저임금제 혜택 적게 받은 숙련노동자 불만 표출
한국 의류업체 영원그룹 현지 공장 등에서 일어난 방글라데시 노동자 대규모 시위는 세계의 저임금공장인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금 드러냈다.

방글라데시 신문 <데일리스타>는 영원그룹 공장이 있는 치타공 수출가공지역과 수도 다카 등에서 일어난 시위로 최소 4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이 다쳤다고 13일 전했다. 사망자는 릭샤 (인력거) 운전사 1명과 의류 노동자 1명,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 2명이다. 시위대는 11~12일 도로를 봉쇄하고 차량을 불태우고 공장 집기를 부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고무총탄과 최루탄, 곤봉 등으로 시위를 진압했다. 이 사태로 공장 156곳, 노동자 15만4000명이 일하는 치타공 수출가공지역은 전면 폐쇄됐다. 영원그룹은 치타공과 다카 공장 17곳을 폐쇄했으나, 14일부터는 공장 재가동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시위를 촉발한 직접 계기는 숙련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11월부터 월 최저임금을 3000타카(약 4만8400원)으로 80% 올리면서, 7등급으로 분류되는 미숙련 노동자들의 월급은 대폭 올랐지만 1~6등급으로 분류되는 숙련 노동자들의 월급은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조아샤하라 지역에 있는 나사그룹에서 일한다는 익명의 바느질공은 <데일리스타>에 “나는 숙련 바느질공인데 월 3399타카를 받는다. 반면에 갓 입사한 이들도 월 3000타카를 받는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조태영 주 방글라데시 한국대사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최저임금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는 11월 임금이 지급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며 “한국 업체만을 노리고 일어난 시위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시위 사태의 밑바탕에는 세계 최저 수준의 임금으로 버티는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의 구조가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나라의 최저임금이 1994년, 2006년 그리고 올해 겨우 3차례 개정됐다고 전했다. 올 11월 이전 최저임금은 하루 1달러가 되지 않는 수준이었으며, 구타당했다는 주장이 곧잘 나올만큼 노동 조건도 열악하다.

저임금을 무기로 번창한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은 이 나라 전체 수출액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의류 수출규모로 세계 4위다. 까르푸 월마트 테스코 헤네스앤모리츠(H&M) 같은 거대 외국 기업들이 방글라데시에서 옷을 만들어 부유한 나라 소비자들에게 싼 가격에 판매하는 데엔 이런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다. 최저임금 80% 인상도 의류 노동자들이 올 중반부터 줄기차게 파업과 시위를 벌여 얻어낸 성과였다.

방글라데시뿐 아니라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 곳곳에선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이 거세지고 있다. 외국 기업들 상당수가 임금이 점차 오르고 있는 중국을 피해 동남아시아로 생산기지를 옮겼지만, 동남아시아 노동자들도 생계유지조차 쉽지 않은 저임금 구조에 저항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올해 외국인 소유 공장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100만동(약 5만8800원)으로 올렸고, 라오스에서도 지난해 최저임금이 34만8000키프(약 4만8100원)로 올랐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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