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가 16일 미얀마 양곤 민족민주동맹(NLD) 집무실에서 이희호씨의 편지를 읽고 있다.
“수감된 동지들 함께 못하는 선거 참여는 배신
무장투쟁 심정 이해는 하지만 대화로 풀어야
국제사회의 군사정부 경제제재 반대 않는다”
무장투쟁 심정 이해는 하지만 대화로 풀어야
국제사회의 군사정부 경제제재 반대 않는다”
16일 오전 10시30분(현지시각), 가내공장처럼 보일 정도로 허름한 양곤 시내의 2층짜리 민족민주동맹(NLD) 당사의 집무실에 아웅산 수치가 들어섰다. 사진 속에서 익숙했던, 머리 뒤에 꽃을 꽂고 전통의상을 입은 단아한 모습. 세월의 흔적이 깊게 패어 있는 65살 수치의 얼굴에선 언뜻 지쳐 있는 듯한 모습도 엿보였다. 하긴 1988년 8월25일 미얀마의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로 대중연설에 처음 나선 이래,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살아온 지 22년의 세월이다. 하지만 미얀마의 민주화와 ‘대화’를 강조하며 아시아에 행동을 호소하는 그의 목소리엔 열정과 힘이 있었다.
“우리는 동지들을 배신할 수 없었다.”
수치는 민족민주동맹이 지난달 총선을 보이콧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990년 5월 수치의 민족민주동맹이 전체 485석 중 392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던 총선 결과를 미얀마 군부가 받아들이길 거부한 이래, 미얀마에선 20년 만에 처음으로 다당 참여가 보장된 총선이 지난달 실시됐다. 이번 선거는 ‘군복만 벗은 군사정권의 연장’이라는 비아냥을 받았지만, 야권 일부에선 일단 현실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아직 최종 결과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집권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이 빠진 이번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7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총선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총선 보이콧 결정은 옳았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는 민족민주동맹이 압승을 거뒀던 1990년 총선 결과를 부정하는 전제에서 출발한 이번 선거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또한 감옥에 갇힌 동지들이 참여할 수 없는 이번 선거에 뛰어든다는 것은 배신이라고 생각했다. 군사정권이 만든 합당하지 않은 선거 규정들 또한 용납할 수 없었던 것도 이유다. 선거 과정에서도 옳지 않은 일들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연금 해제 이후 군부와의 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안다. 군부와의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일단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며, 대화를 해나가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물론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지만, 대화에는 상대가 필요하다. 먼저 대화 테이블에 같이 앉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사회가 미얀마의 군사정부에 가하는 경제제재가 일반 민중들을 고통으로 몰면서 오히려 군사독재의 통치기반을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제재 외에 다른 효과적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는가? “경제제재가 군사정부의 통치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악화된 경제상황에 대한 군사정부의 변명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효과에 대해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지만, 반대하지는 않는다.” -미얀마 국경에는 무장투쟁을 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의 무장투쟁 노선을 어떻게 보는가? “나는 무장투쟁에 찬성하지 않는다. 평화적 해결이 나의 노선이다. 하지만 그들이 왜 무기를 들고 싸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한다. 방법에 동의하지 않지만 심정은 이해한다.” -아세안이 회원국인 미얀마 군사정부에 대해 취하고 있는 태도는 어떻게 생각하나? “아세안은 회원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기본 방침이며, 회원국 간의 원만한 관계를 추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세안이 버마 대다수 국민들을 위해 좀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주었으면 한다.” 이날도 수치에겐 영국·일본 언론 4곳과의 인터뷰, 대사 1명과의 면담 등 빡빡한 일정이 잡혀 있었다. <한겨레>와의 인터뷰는 30분 동안 진행됐다. 당사에서 만난 민족민주동맹 관계자는 “영국 사진기자엔 단 15분만 허용했으니 30분은 정말 긴 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치가 더이상 정치적 힘이 없다거나 수치 개인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민주화 운동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일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쉴 틈 없이 사람들을 만나 미얀마 민주화의 절박성과 대화를 호소하고, 오랜 세월 자신을 탄압한 군사정권에도 대화를 강조하는 ‘비폭력 평화주의’의 울림은 컸다. 수치는 자신의 몸을 던지고 있었다. 양곤/글·사진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국제사회가 미얀마의 군사정부에 가하는 경제제재가 일반 민중들을 고통으로 몰면서 오히려 군사독재의 통치기반을 강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경제제재 외에 다른 효과적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는가? “경제제재가 군사정부의 통치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악화된 경제상황에 대한 군사정부의 변명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효과에 대해 계속해서 검토하고 있지만, 반대하지는 않는다.” -미얀마 국경에는 무장투쟁을 하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의 무장투쟁 노선을 어떻게 보는가? “나는 무장투쟁에 찬성하지 않는다. 평화적 해결이 나의 노선이다. 하지만 그들이 왜 무기를 들고 싸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해한다. 방법에 동의하지 않지만 심정은 이해한다.” -아세안이 회원국인 미얀마 군사정부에 대해 취하고 있는 태도는 어떻게 생각하나? “아세안은 회원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기본 방침이며, 회원국 간의 원만한 관계를 추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세안이 버마 대다수 국민들을 위해 좀더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주었으면 한다.” 이날도 수치에겐 영국·일본 언론 4곳과의 인터뷰, 대사 1명과의 면담 등 빡빡한 일정이 잡혀 있었다. <한겨레>와의 인터뷰는 30분 동안 진행됐다. 당사에서 만난 민족민주동맹 관계자는 “영국 사진기자엔 단 15분만 허용했으니 30분은 정말 긴 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치가 더이상 정치적 힘이 없다거나 수치 개인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민주화 운동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일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쉴 틈 없이 사람들을 만나 미얀마 민주화의 절박성과 대화를 호소하고, 오랜 세월 자신을 탄압한 군사정권에도 대화를 강조하는 ‘비폭력 평화주의’의 울림은 컸다. 수치는 자신의 몸을 던지고 있었다. 양곤/글·사진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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