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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군부통제·국제제재에 갇힌 서민들만 이중고통”

등록 2010-12-21 09:15

트럭 짐칸 매달려 시내오가는 양곤 시민들
전기·통신 수시로 끊겨 외부 세계와 차단
월50달러 저임금 고통속 중국 의존 높아져
미얀마 최대도시인 양곤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 대부분은 몇차례씩 수리된, 수십년 된 일제 중고차들이다. 미얀마는 우리와 똑같은 오른쪽 통행이지만 중고 일본 차들을 갖다 쓰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스티어링은 대부분 오른쪽에 달려 있다. “17년 된 내 차가 3만달러는 받는다”는 렌터카 운전기사의 말처럼, 군사정부가 극단적으로 승용차 수입을 규제하며 중고차 가격은 천정부지다.

서민들의 교통수단인 버스는 보기조차 아슬아슬했다. 요코하마, 지바 같은 일본 지명을 그대로 달고 있는 버스는, 그나마 버스꼴을 갖춘 편이다. 시내 중심가를 조금만 벗어나면 트럭 짐칸에 의자를 갖다놓은 일명 ‘다이나’가 주요 교통수단이다. 출퇴근 시간에 다이나 끝에 사람들이 매달려 가는 모습은 흔하다. 미얀마인 운전기사는“매일 그렇게 타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지만 목숨을 건 버스 탑승을 보는 듯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6일 저녁 시민들이 트럭을 개조한 버스인 일명 ‘다이나’에 탑승하고 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16일 저녁 시민들이 트럭을 개조한 버스인 일명 ‘다이나’에 탑승하고 있다.

50년 가까이 지속된 미얀마 군사정권의 폐쇄적 국가운영이 빚어낸 미얀마 양곤의 거리 풍경이다. 네윈 장군 정권 시절인 1962년부터 1988년까지 계속된 버마식 사회주의, 1988년 이후 탄슈웨 장군을 정점으로 한 이른바 신군부의 집권 속에서 폐쇄성은 더욱 강화되며, 미얀마인들은 수십년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의 ‘고립된 생활’을 강요받고 있다.

정전은 일상적이며, 전압도 불안정하다. 상점에서는 자가발전기와 전압을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기계를 따로 쓰고 있다. 통신 사정도 열악해 외부 세계와 미얀마는 상당 부분 차단되어 있다. 휴대전화 로밍은 안 되고, 야후나 엠에스엔 같은 주요 포털 사이트는 정부가 차단했다. 지난달 총선 때는 거의 모든 이메일이 잠시 차단됐다.

외국 기자의 취재는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기자도 취재비자 대신 관광비자를 신청했는데 “직업을 기자로 쓰면 비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여행사 말에 졸지에 ‘숍 매니저’가 됐다. 되도록 기자 티가 나지 않도록 컴퓨터와 카메라에 붙어 있는 회사 로고를 모조리 떼어내고, 명함도 없이 들어가야 했다. 그렇게 했지만 민족민주동맹(NLD) 당사 앞에선 기자와 동행한 렌터카 운전기사가 사복경찰의 추궁을 들어야 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가해지고 있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미얀마 경제제재도 경제 악화와 사회 폐쇄성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관계자는 “미얀마에 한국 봉제공장이 40여개가 있는데, 미국 판로는 막혀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의 봉제공장 노동자 임금은 월 50~60달러 수준으로 인근 라오스나 베트남보다 싼 편이라고 했다. 미얀마 야당인 민족민주세력(NDF)의 킨 마웅스웨 대변인은 “부유층들은 경제제재를 이용한 장벽을 이용해 더 부유해지고 있고 고통을 받는 것은 서민들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의 중국 의존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미얀마 천연가스를 중국 윈난성으로 실어올 수 있는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을 세우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탄슈웨 국가평의회(SPDC) 의장은 지난 9월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만나 두 나라의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 미얀마 내에 있는 화교들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미얀마의 한 한국 교민은 “미얀마 화교들과 관계를 맺어야 사업을 하기 편하기 때문에, 미얀마에서 따로 중국어를 배웠다”고 말했다.


영국이 탐냈던 세계 최고의 목재 가운데 하나인 티크나무와 천연가스, 전세계 생산량의 90%를 차지한다는 루비 등 미얀마에는 자원이 많다. 많은 이들이 “미얀마는 (경제적으로) 기회의 땅이고 발전 여력이 많은 나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20년 만에 치러진 총선조차 민정으로 허울만 바꾸려는 군사정권의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된 데서 보듯이, 정치적 민주화의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미얀마의 잠재력은 영원히 묻혀 있을 수밖에 없다.

양곤/글·사진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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