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인도양 해군기지
인도양 과다르항 이어, 미얀마 시트웨도 주둔설
상업항 명목으로 미·인도 포위망 ‘역포위’ 움직임
남중국해서도 필리핀·베트남과 잇단 영유권 분쟁
상업항 명목으로 미·인도 포위망 ‘역포위’ 움직임
남중국해서도 필리핀·베트남과 잇단 영유권 분쟁
인도양을 둘러싼 새로운 해양 ‘그레이트 게임’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인도양을 둘러싼 항구를 확보하기 위한 중국의 ‘진주목걸이’ 전략이 구체화되면서, 인도양 연안을 따라 펼쳐지는 미국과 중국의 포위, 역포위 게임이 교차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2일 미얀마를 방문중인 리위안차오 중국 공산당 조직부장을 만나 “미얀마는 중국이 국가 핵심 이익을 수호하는 것을 굳건히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말 ‘반쪽 총선’ 논란 끝에 미얀마 민간정부가 출범한 이후 양국의 밀월관계를 더욱 다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26~28일 테인 세인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해군이 미얀마의 시트웨에 주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는 보도가 인도 언론 등을 통해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달 유수프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가 중국 지도부와 만나 파키스탄 남부 과다르 항구를 중국이 직접 운영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인도양에서 중국 해군의 영향력이 닻을 깊숙이 내리고 있는 것이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3일 리위안차오 공산당 조직부장의 미얀마 방문을 전하며, 인도양에 접근하려는 중국의 행보를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의 일환이라고 평했다.
인도양 연안 항구에 대한 중국의 이런 접근은 인도양에서의 해로 확보와 영향력 확보를 겨냥한 ‘진주목걸이’ 전략의 일환이다. 최근까지도 인도양에 거점이 없던 중국은 인도양 국가들에서 직접 항구를 건설하거나 항구 건설을 지원하면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시트웨와 과다르 외에도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방글라데시의 치타공, 케냐 동부의 라무 항구가 중국이 건설하거나 건설을 지원한 항구들이다.
미국과 인도가 확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말라카 해협의 ‘포위망’을 중국이 남아시아 국가들의 항구를 통해 ‘역포위’하는 상황이다. 중국은 특히 과다르나 시트웨를 본토와 연결하는 도로도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해로뿐만 아니라 육상으로도 인도양에 접근하려는 전략이다.
그동안 인도양은 인도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러시아, 영국 등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 미국은 인도양 한가운데 디에고가르시아 제도에 군 기지를 운영하는 등 홍해와 페르시아만 지역에는 이들 국가의 군함들이 드나들 수 있는 여러 항구가 있다.
중국 당국은 중국이 확보하려는 항구는 대부분 상업항이며, 국외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거나 군을 주둔시킬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는 중국이 장기적으로는 이들 항구를 군항으로도 활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2008년 12월부터 중국이 소말리아 해군 소탕작전에 참가한 이후로, 중국에선 해군 함정이 인도양에서 보급을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군항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둘러싼 긴장의 파고가 다시 높아지는 것도 인도양과 중국 본토를 연결하는 중국의 해로 확보와 관련이 있다. 최근 중국 함정이 필리핀, 베트남 등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난사(스프래틀리) 군도의 섬에 원유채굴 시설 등을 건설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베트남 어선에 위협사격을 하면서, 필리핀과 베트남 정부가 2~3일 잇따라 중국에 주권 침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며 공식 항의하고 있다. 3일 싱가포르에서 시작된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선 이 문제가 주요 이슈로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minggu@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