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에이비시>(ABC) 방송의 코미디 프로그램 ‘줄리아와 집에서’에서 줄리아 길라드 총리(왼쪽)와 그의 파트너 팀 매티슨 역을 맡은 배우가 호주 국기를 덮은 채 총리 집무실에 누워 있는 장면. 방송 캡처 사진
호주 국영방송, 총리 잠자리 풍자
당사자 “언급하지 않겠다” 뾰로통
당사자 “언급하지 않겠다” 뾰로통
줄리아 길라드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총리가 집무실에서 파트너와 섹스를 한 뒤 호주 국기를 덮고 있는 가상의 장면을 보여준 프로그램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해당 방송사는 “총리가 보통 시민과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고, 당사자인 총리는 “언급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을 풍자한 사람을 재판정에 세우는 한국 사회에서는 생소한 풍경이다.
지난 21일 밤 이런 장면을 담은 풍자 프로그램인 ‘줄리아와 집에서’ 세번째 이야기가 호주 정부소유 방송사인 <에이비시>(ABC)에서 방송되자 보수적인 야당 국회의원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야당의 존 포리스트 의원은 “분통이 터졌다”며 방송사에 프로그램 중단을 요구했다. 야당 대변인도 “메스껍고 상처받았다.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한 의원의 말을 전했다.
정작 길라드 정부의 빌 쇼튼 재무 차관은 “개인적으로 그저그랬다”고 말했다. ‘빌’은 이 코미디에서 늘 길라드 뒤를 쫓아다니는 테리어 애완견의 이름이다. 정부의 의전관리는 “국기는 바닥에 놓여 있으면 안 되고 장례식 때 관을 덮은 경우가 아니면 덮개로 쓰여서는 안 된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에이비시>의 대변인은 “사람들이 어떤 경우에 국기를 덮는 게 괜찮다면 왜 총리가 이를 사랑의 상징으로 덮을 수 없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당사자인 길라드 총리는 불쾌했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 내용이 알려진 21일 아침 그의 발언은 “이 프로그램을 보지 않을 것이고 논평하지 않겠다”는 데 그쳤다. 길라드는 호주의 첫 여성 총리이며, 사실혼 관계의 파트너와 함께 총리 관저에 사는 첫 총리이기도 하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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