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군인 성평등? 앞으로 호주에서는 여성도 자격을 갖추면 전투 보병이나 특수부대원이 될 수 있다. 이번 조처는 군대 안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나온 것이지만, 실제 전투에서 많은 여성 군인들이 희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010년 3월 호주의 다윈 기지에서 열린 군사훈련에 나란히 참가한 남성과 여성 군인의 모습. 호주 국방부 누리집 갈무리
여군 처우개선 취지…일부선 여성 전사자 급증 우려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정부가 여성 군인들이 전투 보병이나 특수부대원으로 전선에 나서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보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군대에서는 앞으로 5년에 걸쳐 여성들이 전투 보병대나 특수부대에 들어가는 것이 단계적으로 허용된다. 지난달 27일 스티븐 스미스 오스트레일리아 국방부 장관은 이번 조처가 “중요한 문화적 변화”라며 “이것이 완전히 실행되면 군대 안에는 여성에 대한 아무런 제한이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처로 여성도 자격만 갖추면 공군과 육군의 특수부대에도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잠수함 수병, 전투기 조종사 등 군대 안의 거의 모든 일을 여성에게 허용하고 있다. 다만 전투 보병, 전투 포병, 해군 폭탄제거반, 지뢰제거반, 비행장 경호부대원 등으로는 복무가 허용되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여성을 전투 보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캐나다와 뉴질랜드, 덴마크, 이스라엘은 자격을 갖춘 여성을 전투 보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조처는 캔버라의 사관학교에서 여성 생도가 동료와 섹스하는 것을 스카이프로 방송한 일을 포함해 군대 안에서 많은 성추문이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성추문 뒤 정부는 군대에서 여성에 대한 처우 개선을 검토해왔다.
이번 결정은 군 수뇌부의 지지를 받은 것이지만, 영향력 있는 싱크탱크인 ‘오스트레일리아국방협회’는 군대 안에서 여성의 능력에 대한 연구가 아직 진행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너무 서둘렀다고 비판했다. 이 연구소의 대표인 닐 제임스는 <에이비시>(ABC)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누군가는 왜 (전투에서) 남성 보병보다 여성 보병 사망자가 더 많은지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부적절한 여성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의 현역·예비 군인 8만1000명 가운데 1만여명이 여성이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