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 강물, 바다로 빼려
동부지역 범람 감수하기로
7곳 주민에 고지대 대피령
동부지역 범람 감수하기로
7곳 주민에 고지대 대피령
잉락 친나왓 타이 총리가 수도 방콕 전체가 홍수로 잠기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지역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선언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잉락 총리는 20일 타이 중·북부 지역을 휩쓴 뒤 남하하고 있는 강물을 바다로 빼기 위해 방콕으로 향하는 수문을 모두 열라고 방콕시관리국(BMA)에 지시했다고 타이 영자지 <네이션>이 21일 보도했다. 매일 800만~1000만톤㎥의 물을 바다로 빼내 방콕 전체가 물에 잠기는 걸 막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강물이 빠져나가는 경로인 방콕 동부 지역의 범람을 막기 위해 수로를 준설하는 한편 제방을 보강했으며, 강물이 범람하더라도 펌프를 이용해 물을 빼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가 3분의 1이 물에 잠긴 현재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방콕 전체를 지켜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해, 일부 지역은 포기할 수밖에 없음을 내비쳤다. 정부의 홍수 대책을 총괄하고 있는 프라차 프롬녹 법무부 장관도 이날 방콕 중심부 등 90%는 범람 우려가 없다고 말해, 방콕 중심부 등 대다수 지역을 지키기 위해 10% 정도의 지역은 포기할 수밖에 없음을 시사했다. 타이 정부는 강물 배출 예정 경로인 사이마이, 방켄, 끌롱삼와 등 방콕 동부 7개 지역 주민들에게 지상에서 최소 1m 이상 높은 곳으로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7월 말부터 석달 가까이 계속된 홍수로 타이에선 320여명이 숨지고 900만명 가량이 수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홍수로 세계 주요 부품업체 기지인 타이의 산업시설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일본 제조업체의 경우 그 피해가 3.11 대지진 이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현재 타이 현지에 진출한 691개 일본계 업체 가운데 61%에 이르는 419개 업체가 홍수로 조업중단 등 피해를 입었다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했다.
도요타 등 8개 일본계 자동차업체는 모두 공장가동을 멈춰, 하루 6000대 가량 생산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도요타는 앞으로 2주 안에 조업을 재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니콘은 디지털카메라 렌즈의 90%를 생산해오던 현지 공장이 침수돼, 복구가 장기화되면 제품이 품절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방콕 북쪽 아유타야주에 핵심 생산공장을 갖고 있는 소니는 다음달 발매 예정이던 ‘NEX-7’ 등 카메라 4종의 발매를 연기한다고 20일 발표했다. 소니는 신제품의 연내 발매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회사 간부는 “3·11 대지진으로 인한 것보다 타격이 더 클 것같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이정애 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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