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미래포럼 연사에게 듣는다 ②
중국은 근대 국민국가 아닌
그들 나름의 문명국가 성장
지진해일·원전사고 충격
일본사회 변화 방향 고민
중국은 근대 국민국가 아닌
그들 나름의 문명국가 성장
지진해일·원전사고 충격
일본사회 변화 방향 고민
문명의 중심축이 유럽에서 미국을 거쳐서 이제 아시아로 건너오고 있다는 생각은 단순한 기대일 수 있다. 아시아 시대라고 하지만 아시아에 인도를 넣을지, 오세아니아 국가는 어떻게 할지부터 합의가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중국 등 이 지역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제 정치·경제적 위상이 달라지는 것을 보면, 적어도 이제 아시아를 빼놓고 세계의 미래를 얘기하기는 어려워졌다.
세계의 번영과 지속가능성 사이의 균형 찾기라는 논제를 놓고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열리는 아시아미래포럼(11월15~16일)에는 이런 흐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시아 전문가 3명이 기조연사나 특강연사로 참석한다.
먼저, 아시아에 대한 우리의 궁금증 가운데 하나는 일본 사회의 변화이다. 지난 3월 지진해일과 원전 사고의 충격을 겪은 일본은 분명히 변해가고 있다. 그 변화가 내셔널리즘의 강화로 이어져 주변국과 충돌하는 양상으로 발현될지, 아니면 기업의 탐욕과 정경유착, 성장에 대한 맹목적 집착을 반성하고 한층 성숙한 사회로 가는 쪽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대표적인 논객인 데라시마 지쓰로 일본총합연구소 이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일본 사회의 저변에서 꿈틀대는 변화의 움직임을 짚어보고, 이런 동력들이 ‘아시아 공동체’란 상생의 틀로 승화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제시한다.
중국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아시아 시대’나 ‘아시아 공동체’ 논의가 나올수록 커진다. 중국을 모르고 아시아를 말하기 어렵고, 세계의 진로를 점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유구한 역사의 지혜와 권위주의적 정치 체제가 공존하는 나라 중국이 다시 세계의 중심 무대로 진입했을 때 동아시아와 세계 질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이란 책을 통해 중국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게 된 마틴 자크 칭화대 명예교수는 미리 보낸 강연 요지에서 “서구는 중국이 서양의 어느 나라쯤 되거나 곧 서양처럼 변모할 것이란 자신들의 프리즘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서양이 중국의 굴기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중국은 서구 근대의 국민국가라기보다 ‘문명국가’(civilization state)란 새로운 개념으로 더 잘 포착된다고 그는 말한다. 이처럼 역사와 문화가 다르고 독특한 중화의식이 있는 중국은 서양이 기대하는 나라가 되기보다는 나름의 방식으로 주위와 관계를 맺고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한다.
인도까지 포괄하는 아시아 전체의 변화를 조망하고 이것이 문명사에서 갖는 의미를 들으려면 패트릭 스미스 전 <헤럴드트리뷴> 아시아판 뉴스 편집장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일본, 홍콩 등에서 20년 이상 특파원 생활을 한 경험을 살려 탁월한 일본 분석서인 <일본의 재구성>과 아시아 분석서인 <다른 누군가의 세기>를 쓴 패트릭 스미스는 이번 포럼에서는 ‘동양과 서양 사이: 21세기 공생’이란 특강을 통해 동서양을 어우르는 인문학적 통찰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는 오늘의 아시아를 보면 세계가 나가는 길을 짐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시아는 서구를 받아들여 모방했지만 그 저변에는 비서구적인 가치가 여전히 남아 있어 서구가 답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거꾸로 서구에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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