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내년부터 미군이 주둔하게 되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북부 다윈을 방문했다. 다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일본과의 전투를 위해 머물렀던 미군의 핵심 기지가 있던 곳. 임차 형태라고는 하나 2차 대전 종전 뒤 66년 만에 호주에 미군기지가 생기게 됨으로써, 하와이, 괌, 일본, 한국으로 이어지는 미군의 아시아 방위선은 남태평양까지 확대됐다. 사실상 남중국해를 겨냥한 미-호주 군사협력 강화에 중국 외교부는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다윈을 찾은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수도 캔버라에서의 호주 의회 연설에서 “미국은 태평양 세력이며 이곳에 머무를 것”이라며 “우린 정부지출을 줄이고 있지만, 이 지역이 알아야 할 게 있다. 미국이 당면한 전쟁(아프간전과 이라크전)을 끝냄에 따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주둔과 임무를 (안보전략의) 최우선에 두라고 국가안보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미국은 21세기 아태 지역에 온 힘을 쏟을 것(all in)”이라고 강조했다. <에이피>(AP) 통신은 “국방비 삭감으로 미군이 병력을 줄여야 하지만, 유럽, 중동, 미 본토 병력을 줄이는 대신, 아태 지역은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타임스>는 오바마의 다윈 방문에 대해 “미국이 떠오르는 중국을 제어하고, 아시아 재진출을 선언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보도했다.
미군이 남태평양 지역에 장기주둔하는 것은 베트남전 이후 처음이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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