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활동가들, 일 저지 뚫고 상륙
일, 14명 전원 체포…엄정히 대처
대만서도 “총통, 댜오위다오 가라”
러 함선 북방4도 배치예정…일 자극
CNN “김장훈 독도행…신냉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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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인들에게 8·15의 의미는 제각각이다. 일본인에게는 쇼와 일왕이 ‘옥음방송’으로 포츠담 선언의 수락을 선언한 패전일이고, 조선·대만인에게는 일제의 식민통치가 끝난 해방일이었으며, 중국과 극동 러시아의 소련인들에게는 자랑스러운 승리를 쟁취해낸 승전일이다. 그러나 67돌을 맞은 올해 8·15는 동아시아 지역의 해묵은 영토갈등이 표면화되며 곳곳에서 몸살을 앓았다.
■ 센카쿠 기습상륙 일본과 중국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홍콩 활동가들이 15일 상륙했다. 센카쿠열도를 실효지배중인 일본은 이들 전원을 체포해 이들의 신병처리 문제가 중-일 간 첨예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홍콩의 민간단체인 댜오위다오보호행동위원회 소속 활동가 7명은 이날 오후 5시36분(한국시각)께 센카쿠열도의 가장 큰 섬인 우오쓰리시마에 상륙했다. 치펑2호(카이풍2호)를 이용해 상륙한 이들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꽂고 중국 국가를 불렀다고 홍콩의 <봉황위성텔레비전> 등이 보도했다. 현장 사진에는 대만 국기도 보였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오키나와현 경찰이 5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경찰은 선박 고장으로 떠나지 못하고 있던 나머지 인원도 붙잡았다. 탑승인원 14명 전원이 입국 규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중국 언론들은 ‘8·15, 우리가 댜오위다오에 상륙했다’ ‘댜오위다오 주권을 선포했다’고 환호하면서, 일본이 불법적으로 활동가들을 체포하고 오성홍기를 빼앗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12일 홍콩을 출발한 치펑2호에는 홍콩과 중국, 마카오의 댜오위다오 수호 활동가 8명과 선원, 취재진 등 14명이 타고 있다.
이들은 애초 중국과 대만에서 출발한 선박과 함께 합동으로 상륙을 시도할 계획이었으나 중국과 대만 당국이 자국 선박의 출항을 불허하자 단독으로 상륙을 감행했다. 중국인이 센카쿠열도에 상륙한 것은 2004년 이후 8년 만이다. 당시 상륙자들은 불법입국 혐의로 즉시 강제송환됐다.
일본 외무성은 청융화 주일 중국대사를 외무성으로 불러 항의했고,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법령에 따라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과 긴급하게 연락을 취하며 교섭을 벌이고 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친강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쪽에 중국의 인원과 재산 안전에 위해를 가하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 충격 빠진 일본 허를 찔린 일본은 충격에 빠진 모양새다. 우오쓰리시마 주변은 바위가 많아 접안이 어려운 곳이다. 이날 주변 해역의 파도도 비교적 높았다. <산케이신문>은 “예상외의 상륙이었다”며 “정부 관계자들은 선박이 가깝게 접근할 때까지도 저지가 가능하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이날 밤 인터넷판 기사에서 전했다. 해상보안청 관계자는 “설마 이렇게 갑자기 뛰어들 줄이야…”라고 한탄했다.
댜오위다오보호행동위원회는 치펑2호가 섬 해역에 진입할 때 해상보안청 선박과 충돌해 뱃머리가 부서졌지만 부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치펑2호가 섬에서 30해리 떨어진 해역에 진입할 때부터 순시선 12척과 헬기 등을 보내 경계를 강화하고 물대포를 쏘기도 했지만, 상륙을 저지하지 못했다.
이런 정황 때문에 이번 센카쿠 상륙은 중-일 외교마찰은 물론 일본 내 논란도 부를 가능성이 크다. 당장 “나라의 기본적 질서가 지켜질 수 있나” “정부가 확실히 해야 한다”는 요구부터 “유약한 외교가 부른 결과”라는 전문가와 시민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과의 관계를 고려해 선박의 출항을 가로막은 대만 정부는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대만 행정구역상 댜오위다오를 관할하는 이란현의 린충셴 현장은 14일 “중앙정부가 댜오위다오 소유권을 현 정부에 넘겨준다면 국기를 들고 댜오위다오에 상륙할 의사가 있다”며 “마잉주 총통에게도 댜오위다오 방문 동참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8·15 영토분쟁 몸살 센카쿠열도는 이미 중-일 관계의 ‘화약고’로 변해버렸다. 2010년 9월에는 일본이 이 해역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나포해 선장을 구속하자, 중국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등 강력한 압박에 나서 일본이 결국 선장을 석방했다. 올해 들어서는 일본 우익들이 센카쿠 매입 운동에 나서면서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센카쿠뿐 아니다. 러시아와 일본의 영토분쟁이 진행중인 북방 4개 섬에는 8월25일부터 9월17일까지 러시아 함선 2척이 배치될 예정이어서 일본의 심기를 자극하고 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이번 함선의 배치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숨진 소련군 장병들에 대한 추모행사를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다른 외신들은 영토분쟁 지역에 대한 실효적 지배권을 주장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석하고 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14일 독도까지 릴레이 수영에 나선 가수 김장훈씨의 사연을 집중 보도하며 “영토분쟁으로 인해 동아시아 지역에 ‘신냉전’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도 15일 “전쟁의 유산으로 인해 2차대전 종전 67주년을 맞은 15일 독도와 댜오위다오 문제가 다시 부상했고, 한-일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됐다”며 “동아시아 섬들의 열기가 이전보다 더 뜨거워졌다”고 보도했다. 베이징/박민희 특파원, 길윤형 김영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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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센카쿠열도의 우오쓰리시마 해역에서 일본 해안보안청 선박들이 치펑2호(가운데)의 해역 진입을 저지하고 있다. 〈봉황텔레비전〉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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