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시어스백화점에 의류 납품
방글라데시 공장 화재 112명 사망
방글라데시 공장 화재 112명 사망
토요일 저녁까지도 일터에 남아 미국과 유럽으로 납품하는 옷을 만들던 방글라데시 노동자 112명이 공장 건물에 난 화재로 숨지는 참변을 당했다. 24일 저녁 7시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외곽에 위치한 타즈린패션의 공장 1층 창고에서 갑자기 불길이 솟아올라 작업중이던 노동자 600여명이 대피를 시작했다. 하지만 9층짜리인 이 건물은 외부로 통하는 비상계단이 전혀 없이 실내 1층 출구를 통해서만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구조였다. 건물에 갇힌 100여명은 불에 타거나 질식사하고 12명은 고층에서 뛰어내리다가 숨졌다. 화재 진압을 지휘한 소방관 모함마드 마흐붑은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출구가 하나만 더 있었더라면 희생자가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선진국 소비자들을 위해 물건을 만들던 가난한 제3세계 노동자들의 참극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타즈린패션의 모회사인 투바그룹은 월마트, 시어스백화점 등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와 미국의 ‘갑부 래퍼’인 숀 디디 콤스가 운영하는 의류회사에 양모재킷, 티셔츠 등을 만들어 납품해왔다. 특히 ‘윤리적 구매’를 강조해온 월마트는 매년 방글라데시 납품공장들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여왔으나 이번 화재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 타즈린패션은 월마트로부터 2011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매우 위험’, ‘위험’ 판정을 받았다. 월마트는 ‘매우 위험’을 3번 받은 공장은 1년 동안 납품을 금지하고 있다. 월마트는 최근에 타즈린의 공장제품을 구매했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으나 노동활동가들의 자체 조사 결과, 월마트의 자체 브랜드인 ‘글로리’ 상표가 화재 현장에서 발견됐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의류 수출국(연간 매출액 180억달러)인 방글라데시는 인건비가 가장 값싼 동시에 노동환경이 가장 열악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5년 동안 방글라데시에서 화재로 숨진 노동자는 500명이 넘는다. 의류산업노동자들을 위한 시민단체 ‘클린 클로즈(깨끗한 옷) 캠페인’은 25일 성명을 내 “토미 힐피거, 갭 같은 유명 의류회사들은 방글라데시의 납품공장들이 ‘죽음의 덫’과 같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이 노동환경 개선 조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범죄적 태만’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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