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의 날” “정의 지켜져야”…인도, 슬픔과 분노의 ‘촛불시위’
‘성폭행 사망 여성’ 떠난 날
세차례 수술 등 노력에도 결국 숨져
시민들, 뉴델리 도심 광장서 추모식
학생 시위대 “여성인권 각성 계기로”<
‘성폭행 사망 여성’ 떠난 날
세차례 수술 등 노력에도 결국 숨져
시민들, 뉴델리 도심 광장서 추모식
학생 시위대 “여성인권 각성 계기로”<
세차례의 수술과 특별치료도 그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 인도 델리의 심야버스에서 잔혹하게 성폭행당한 여대생(<한겨레> 24일치 15면)이 29일 끝내 숨을 거뒀다. 이튿날 가족과 친구들의 눈물 속에서 그는 한줌의 재로 변했다.
그는 16일 남자친구와 영화를 보고 귀가하는 길에 버스를 탔다가 운전기사 등 승객 6명에게 성폭행당하고 쇠몽둥이로 두들겨맞은 뒤 길거리에 알몸으로 버려졌다. 심한 장기파열로 뉴델리 병원에서 다시 싱가포르의 장기이식 전문병원으로 옮겨졌던 그는, 올해의 끝을 얼마 남기지 않고 23살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함께 구타당한 남자친구와 내년 2월 결혼을 앞두고 있던 그였다.
그의 죽음 소식에 인도는 비탄과 분노로 들끓었다. 뉴델리 도심에 있는 잔타르 만타르 천문대 앞 광장에선 자연스럽게 추모식이 열렸다. 흰꽃으로 만든 화환이 줄지어 놓였고 촛불이 타올랐다.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서로 손을 잡고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기도했다. 몇몇은 ‘인도 역사상 암흑의 날’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입에 검은 테이프를 붙이고 침묵했다. 몇몇 여성은 이 자리에서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4년 전 인도 동부의 웨스트벵골주에서 일자리를 찾아 델리로 왔다는 한 여성은 현지 언론인 <힌두스탄 타임스> 인터뷰에서 “사장으로부터 여러번 성폭행을 당하고 이를 경찰에 알렸지만, 경찰은 어떤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성폭행범은 아직도 멀쩡히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디팔리라는 한 여성은 <에이피>(AP) 통신에 “성폭행을 당한 희생자에겐 정의가 지켜져야 한다. 이런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여성들에 대한 성폭력과 불평등에 둔감한 인도 사회가 변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마치 1960년대 미국에서 흑인민권운동을 촉발한 ‘로자 파크스 버스 보이콧 사건’처럼 델리 버스 사건을 인도의 성평등 운동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글이 페이스북을 통해 퍼지고 있다. 자와할랄 네루 대학의 재학생들은 30일 학교 교정에서 출발해 버스 성폭행 사건이 일어난 날 희생자가 버스를 탄 정류장까지 행진하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학생 시위대는 “이제 그는 우리 곁에 있지 않지만 우리는 그의 이야기로 인해 각성해야 한다”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걸었다. 일부 시민들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6명의 범인에게 사형선고가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인도 형법은 성폭행 범죄에 대해선 최고 형량이 종신형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러한 민심을 의식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만모한 싱 총리는 여대생의 주검이 인도로 돌아온 30일 아침, 공항에 나가 직접 가족들을 위로했다. 국민회의당을 이끌고 있는 소냐 간디는 성명을 내 “이번 사건으로 인해 여성들을 성폭행한 남성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일이 빈번한, 수치스러운 인도의 현실을 바꿔나가야 한다는 결심이 깊어졌다”고 밝혔다. 정부는 야간순찰을 늘리고, 버스 운전사와 보조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며 버스 창문을 선팅하거나 커튼을 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성폭행 혐의가 확정된 범인에 대해선 정부의 공식 인터넷 사이트에 이름과 주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성폭행 관련 범죄에 대해선 신속히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건을 조사하는 위원회도 설치했다.
<인디아 투데이> 등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인도에선 20분마다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지만, 2011년 신고된 성폭행 범죄 2만4206건 중 유죄로 확정된 비율은 26.4%에 불과하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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