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라의 여성 세 명이 밧줄로 묶인 채 자동차 트렁크에 갇혀 있다. 입에는 모두 재갈을 물고 있다. 운전석에 앉은 대머리의 남성은 브이(V)자를 그리며 의기양양하게 웃는다. 일러스트 왼쪽 아래에 작은 카피가 있다. “당신의 근심은 ‘피고’의 초대형 뒷 트렁크에 두세요.”(Leave your worries behind with the Figo’s extra-large boot)
미국계 자동차 회사 포드의 인도법인이 최근 내놓은 소형차 ‘피고’(미국 브랜드명 ‘피에스타’) 광고물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광고에 등장하는 남성은 각종 성추문을 몰고 다녔던 전직 이탈리아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라는 설명을 곁들여 ‘피고 광고 논란’을 24일 보도했다.
인도 광고회사가 제작한 이 포스터 광고는 소형차임에도 넓은 트렁크를 가졌다는 메시지를 인도의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인도 의회가 사형을 포함해 더 강력한 처벌 조항을 담은 새로운 성폭행 처벌법을 통과시킨 직후, 이 광고 포스터를 문제삼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현지 여성단체 등은 성폭력 범죄를 줄이려는 인도인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즉각 반발했다.
논란이 커지자 포드 쪽은 광고를 중단했다. 포드 인도법인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절대로 있어선 안될 일이 벌어졌다. 이번 광고는 포드 및 그 협력사의 경영방침에 위배되는 것으로 이런 광고가 승인된 과정을 다시 살펴보는 한편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12월 현지 여대생이 버스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해 목숨을 잃었고, 최근에도 인도를 방문한 외국인 여성들이 잇따라 성폭행을 당한 바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동물자유연대 “투견도박 사이트 강력처벌해주세요”
■ 남성연대 “젊은 녀석들 하는 짓이…” 알바연대 비판
■ 장미인애 변호사 “프로포폴 연예인들 뼈를 깎는 고통 이해해야…”
■ 너무 이른 벚꽃 만개…곤혹스런 일본 왜?
■ 표창원 “도망자 원세훈…” 영어 트윗으로 경고
■ 동물자유연대 “투견도박 사이트 강력처벌해주세요”
■ 남성연대 “젊은 녀석들 하는 짓이…” 알바연대 비판
■ 장미인애 변호사 “프로포폴 연예인들 뼈를 깎는 고통 이해해야…”
■ 너무 이른 벚꽃 만개…곤혹스런 일본 왜?
■ 표창원 “도망자 원세훈…” 영어 트윗으로 경고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