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대생 버스 성폭행 사망 계기
뉴델리서 전화 개설 뒤 신고 급증
뉴델리서 전화 개설 뒤 신고 급증
버스를 탄 여대생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끝에 장기 손상으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말 인도 뉴델리에 여성 구조 전화가 개설되자 상담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1일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인도 수도인 뉴델리 시 정부가 개설한 여성 구조 전화로 상담이 쇄도해 지난해 12월 말부터 지금까지 성폭행, 스토킹, 성범죄 신고 뒤 2차 피해 등으로 걸려온 상담 전화가 13만8000건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달에 2만3000여건, 하루 760여건 꼴로, 이 전화 개설 전에는 고통스런 침묵 속에 묻혔을 성범죄가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뉴델리에서만 올초 석달 동안 보고된 성폭행 사건이 359건으로, 이는 전화가 개설되지 않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보고된 성폭행 건수의 두 배를 넘어선다.
인도에선 성범죄 피해가 알려지면 가족의 수치가 되리라 우려하거나 가해자 가족들의 협박 등 2차 피해를 두려워해서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사례가 흔하다. 또 경찰이 성범죄를 남녀 치정관계로 치부하는 등 미진하게 대응하는 것도 피해 여성들이 침묵의 장막에 갇히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피해 여성들은 부모에게도 경찰에게도 구조 요청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성범죄 구조 전화 쪽은 이웃한테 성폭행을 당한 10대 소녀가 “부모님이 나를 집안에 가둘테니까 부모님이 아셔서도 안 되고, 경찰이 우리집 문에 들어서는 걸 원하지 않으니 경찰에도 알려선 안 된다”고 상담 전화를 걸어오곤 한다고 설명했다. 구조 전화의 책임자 기타 판데이는 성폭행 과정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찍혀 협박받는 소녀에게 “어린 아가씨, 울지말고 그 남자의 주소를 우리에게 알려주세요. 우리가 경찰을 시켜서 그 남자 집에서 휴대전화를 압수할 거에요. 이번 일에 대해 엄마와 상의하도록 한번 애써봐요”라고 상담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전했다.
여성 인권 의식이 낮은 상황에서 여자 어린이들이 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황도 드러나고 있다. 구조 전화 쪽은 전체 상담 전화의 20%가 여자 어린이들한테서 걸려온다고 밝혔다. 구조 전화 쪽은 “어린 여자 아이들이 때때로 한밤중에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서 나이든 남자가 성적으로 학대하고 있다고 전화기에 대고 속삭인다”고 털어놨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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