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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인니 200여곳 산불 연무에…말레이시아 ‘국가비상령’ 선포

등록 2013-06-24 19:44수정 2013-06-25 10:53

일부 도시 오염지수 700 넘어
다국적기업의 화전농업 원인
아세안 정상회의 주요 의제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의 대규모 산불로 발생한 연무가 인근 국가인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을 덮쳐 말레이시아가 8년 만에 처음으로 ‘국가 비상령’을 선포하는 등 동남아시아 각국에 질식 공포가 번지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는 23일 “말레이시아 남부의 해변 관광지 무아르와 르당이 사실상 폐쇄 상태에 들어갔다”며, 미국 환경보건국(EPA)의 대기오염도 측정지수(PSI)가 두 지역에서 700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도 지난 21일 오염 지수가 400을 넘어, 사상 최악의 오염도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51~100이 정상 수준이고, 100을 넘으면 건강에 해로운 수준, 300을 넘으면 위험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또 400 이상이 24시간 이상 지속되면 환자와 노인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20세기 최악의 산불로 꼽히며 주변국에 ‘연무 재앙’을 촉발한 1997년 수마트라섬 산불 때 싱가포르의 오염 지수가 최대 226을 기록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이는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

실제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랜드마크인 페트로나스 트윈타워가 연무에 휩싸여 시야에서 사라지는 등 주변국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나라 정부가 수십만개의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주는 등 피해 수습에 애쓰고 있지만 국민 건강 피해는 물론 공항 기능 마비, 관광산업 타격, 가시거리 축소로 인한 육해공 충돌 사고 등 생물학적·경제적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이런 연무 재난은 수마트라섬 리아우주 원시림 지역에서 식물성 기름을 생산하는 팜오일 업체들이 수풀에 일부러 불을 질러 대규모 농지를 쉽사리 확보한 뒤 팜나무를 심는 약탈적 플랜테이션 농업을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원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소규모로 하던 화전농법을 다국적 기업들이 대규모로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수마트라 지역에 건기가 계속되는 6~9월에 이런 산불 지르기가 자행되는데, 인도네시아 당국이 이를 통제하려 하지만 깊은 아열대 밀림 곳곳에서 이뤄지는 방화를 원천적으로 막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싱가포르 최대 일간지인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 보도를 보면, 위성사진으로 분석한 수마트라와 인근 지역의 발화점은 23일 기준으로 227곳에 이른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주변국들은 인도네시아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조속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약탈적 농업으로 이익을 보는 다국적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본사를 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에 둔 상장기업들이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소방 인력을 투입해 산불 진화에 나서는 한편으로 약탈농업을 하는 다국적 기업의 명단 공표에 나서 주변국들의 공동 책임을 압박하는 등 날을 세우고 있다.

연무 재난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1997년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연무 재앙은 인도네시아는 물론 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남필리핀을 뒤덮었다. 경제적으로는 93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발생시켰고, 약 2000만명의 동남아 주민들의 건강에 손상을 입힌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관광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4%를 차지하는 싱가포르는 올해 연무 재앙으로 3분기 국내총생산 수치에 악영향이 있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24일부터 브루나이 수도 반다르세리베가완에서 연쇄적으로 열리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와 아세안지역포럼(ARF) 등에서 수마트라 산불과 연무 재난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라고 <비비시>가 전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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