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출신 1700여명 “처우 열악” 시위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 처우 문제가 대만 사회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계기는 최근 벌어진 외국인 노동자들의 대규모 항의시위였다. 타이 출신 노동자 1700여명은 지난 21일 저녁 9시께 가오슝시 지하철 공사 현장의 관리실을 부수고 기숙사 유리창 등을 깨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저녁 관리직 직원에게 타이 노동자 1명이 구타당한 것이 시위의 발단이었다. 그동안 불공정한 대우와 열악한 숙소환경, 임금체불 등으로 쌓여온 불만이 폭발하면서 삽시간에 대규모 시위로 번진 것이다. 회사 쪽과 노동자들은 심야협상을 통해 밀린 임금을 지급하고 기숙사에 위성티브이를 설치해준다는 선에서 합의해 사태는 일단락됐다. 대만내 타이 노동자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9만4천여명이다.
타이 노동자들은 임시건물로 지어진 기숙사 1동에 400여명이 수용돼, 걸어다닐 통로도 제대로 없이 빼곡히 들어선 2층 침대 속에서 더운 여름날 겨우 선풍기 몇개로 더위를 식히며 살아야 했다. <신리방송>에 따르면, 시 예산으론 이들의 월급은 2만9500대만달러(약 90만원)이다. 그러나 관리회사가 숙식비 등을 떼 실제로 받는 돈은 7000대만달러(약 21만원)이다. 그나마 체불되기 일쑤였다고 한다.
24일 기숙사를 둘러본 대만 행정원 노동위원회 라이징린 부위원장은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개탄했다.
총통부 인권위원장인 뤼쉬롄 부총통도 현장을 방문해 “이 사건은 심각한 인권 침해이자 국가 이미지의 커다란 손해”라며 관계당국에 형사처벌을 당부했다.
그러나 검찰은 회사 쪽의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보다는 폭력시위 주동자 색출에 주력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총통 선거에서 총격사건 조작 의심을 받고 있는 천져난 전 총통부 부비서실장과 그의 아들인 천치마이 가오슝 대리시장이 회사 쪽 배후로 알려지면서 사건이 공정하게 처리될지에 의문이 일고 있다. 천쑤샹 국제노동자인권위원회 이사장은 “이번 사태는 폭동이 아니라 항의사건”이라며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타이베이/양태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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