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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시위대 사퇴 요구-잉락 일축…출구 못찾는 타이

등록 2013-12-02 20:22수정 2013-12-02 21:36

반정부 시위 주도 수텝 트악수반
잉락 총리 만나 이틀내 사임 요구
6개 방송사에 수텝 연설 방영 압박

“인민위 설치 요구는 헌법 위배”
시위대 폭력성에 대한 반감 확산

“잉락 야권무시 일방정치” 비판 커져
한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타이의 반정부 시위가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격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시위대의 폭력 행동과 언론 장악 시도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 수천명은 전날에 이어 2일에도 방콕의 총리 관저를 공격했다고 독일의 <데페아>(dpa) 통신이 2일 보도했다.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으로 맞서며 관저를 보호했다. 이날 방콕의 6개 대학과 32곳의 공립학교는 안전 문제를 이유로 휴교했고, 방콕 주재 외교공관은 자국민들한테 시위 장소에 가지 말라고 권고했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인민민주개혁위원회(PDRC)의 사무총장 수텝 트악수반은 1일 군의 중재로 잉락 친나왓 총리를 만나 이틀 안에 총리직을 사임하라고 요구했다. 수텝은 2일 이번 시위를 ‘국민의 쿠데타’라고 규정하며, ‘인민위원회’ 설립을 잉락 총리에게 촉구했다. 그러나 잉락 총리는 2일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사임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헌법하에선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시위가 격렬해지자, 타이 현지 여론에선 반정부 시위대가 도를 넘고 있다는 반감도 확산되고 있다. 인민민주개혁위원회는 1일 공영방송사인 타이 피비에스(PBS)를 비롯해 6개 방송사에 몰려가 수텝의 연설을 방영하라고 압박했다. 일부 방송사는 시위대의 무력에 밀려 수텝의 연설과 정부의 견해를 함께 내보내는 타협을 택했다. 현지 언론들은 수텝이 그동안 정부가 언론 보도에 개입했다고 비난해 왔는데, 이제는 언론 자유를 침해하며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텝이 요구하는 인민위원회의 현실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타이 <더 네이션> 기자인 우라이완 노마는 <한겨레>와의 페이스북 인터뷰에서 “인민위원회 설치는 헌법에 위배되는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다. 수텝이 직접민주주의 형태인 인민위원회를 주장하는 까닭도 정치적 계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금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면 야당인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잉락 총리에 대한 비판론도 높다. 우라이완 기자는 “11월 초에 이번 시위가 시작된 것은 여당이 (잉락 총리의 오빠인) 탁신 전 총리의 복귀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게 직접 계기가 됐지만, 집권당이 의석수만 믿고 야당을 무시한 채 논란이 많은 정책을 밀어붙인 데 대한 불만이 폭발한 면이 있다”며 “이 때문에 다양한 계층이 시위대에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시위대가 하이힐에 정장을 입은 상류층, 야당인 민주당의 오랜 지지 기반인 남부 고무농장 노동자들, 학생조직 등 다양한 세력으로 이뤄졌다고 짚었다.

시위가 길어지고 격렬해지며 타이의 뿌리깊은 계급 갈등이 표면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쌀농사를 짓는 농민 타나욧 준파탁(49)은 1일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잉락 정부는 이전 민주당 정권과 다르다. 잉락 정부는 우리를 실제로 도우려고 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반정부 시위대는 정부가 쌀값 보전, 최저임금 인상 등 포퓰리즘 정책을 편다며 불만을 품고 있다. <알자지라>는 반정부주의자들은 정부가 일일 최저임금을 210밧(6.55달러)에서 300밧(9.36달러)으로 올려 기업들이 임금이 싼 이웃 국가로 이전하고 있다며 불만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이 현대사에서 쿠데타를 통해 자주 정치 전면에 나선 군부의 향배도 주목된다. 군은 아직은 조심스러운 태도다. <타이 피비에스>의 다린 클롱아카라 기자는 “군은 아직 개입할 의도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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