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 영국 국적 걸림돌
시민권 얻으면 출마 가능
시민권 얻으면 출마 가능
미얀마의 집권 여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의 대통령 후보 출마를 막는 조항이 담긴 헌법의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31일 밝혔다.
현행 미얀마 헌법은 배우자나 자녀가 외국 국적자이거나 ‘외국 정권에 충성할 의무가 있는’ 사람은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규제하고 있다. 수치는 영국인과 결혼해 영국 국적의 아들 2명을 두고 있어 현행 헌법으로는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수 없다.
독일 <데페아>(DPA) 통신은 이날 양곤발 기사에서 “통합단결발전당이 부모, 배우자, 자녀가 미얀마 시민권만 갖고 있으면 대통령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하는 헌법 개정안을 조만간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흘라 스웨 통합단결발전당 의원은 개헌안이 통과되고 수치의 아들들이 미얀마 시민권을 얻으면 수치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개헌안은 의회에서 의원 75% 이상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의석의 4분의 1을 지명한 군부의 협조가 헌법 개정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는 상·하원 양원으로 구성된 5년 임기의 국회의원들이 간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한다. 따라서 2015년 말 치러지는 총선 결과가 사실상 대통령을 결정한다. 그러나 군부가 지명한 의석이 4분의 1에 이르러, 수치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야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 수치는 2012년 차기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힌 바 있다.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은 앞서 30일 모든 정치범에 대한 사면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31일 정치범 5명이 석방됐으며, 다음주 안으로 정치범들이 추가 석방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면은 테인 세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유럽 방문 때 모든 정치범을 연내에 석방할 것이라고 공언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테인 세인 대통령이 2011년 민주화 개혁을 시작한 뒤 지금까지 미얀마에서는 약 2000명의 정치범이 풀려났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석방돼야 할 정치범이 50여명 남았으며, 재판을 받기 위해 대기중인 정치범도 200여명이라고 집계해왔다.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의 데이비드 매시슨 연구원은 이번 사면에 대해 “테인 세인 대통령이 재판중이거나 대기중인 정치범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며, 앞으로도 정치범을 양산할 수 있는 비민주적 법들을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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