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중립내각 구성않고 투표 강행
야당, 선거 보이콧·총파업 맞서
경찰 발포로 시위대 100여명 사망
야당, 선거 보이콧·총파업 맞서
경찰 발포로 시위대 100여명 사망
방글라데시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선거 보이콧’과 ‘48시간 총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투표를 하루 앞둔 4일 전국 투표소 100여곳이 불타고 선거관리위원회 직원과 시위대 등 4명이 숨졌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보도했다.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운행되는 기차 창문에 화염병이 날아들어 적어도 12명이 다쳤다.
제1야당인 방글라데시국민당(BNP)을 이끄는 칼레다 지아는 이번 선거를 “가증스러운 촌극”이라고 비판하며 정권 퇴진과 중립내각 구성을 촉구했다. 그러나 현 총리인 셰이크 하시나는 이를 묵살하고 투표를 강행했다. <알자지라>는 폭력을 두려워하는 유권자들이 많아 투표율이 낮아지리라 내다봤다.
방글라데시는 선거를 앞두고 최근 몇주째 시위대를 향한 경찰의 발포와 화염병 테러 등으로 100여명이 죽는 등 시위와 폭력이 난무했다.
여야의 대치가 격렬해진 이유는 집권 여당인 ‘아와미 연맹’이 총선 전 중립내각 구성을 의무화한 헌법 조항을 없애고 선거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부정선거와 쿠데타에 시달려온 방글라데시는 1990년대부터 선거일을 적어도 100일 앞두고는 내각 총사퇴, 선거관리를 위한 중립내각 구성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아와이연맹은 이런 중립내각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며 2010년 헌법을 개정하며 관련 조항을 폐지했다.
그러나 아시아재단이 지난해 9월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방글라데시 국민의 75%가 중립내각 구성을 바란다고 <비비시>가 전했다. 야권은 국민들의 이러한 불만을 지렛대삼아 장외투쟁과 선거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방글라데시에선 각종 갈등이 폭발 직전이다. 지난해 4월 다카 외곽의 의류공장 건물이 무너져 1100여명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격렬하게 시위를 벌여왔다. 이슬람주의 정당인 자마트(JI) 당수인 압둘 카다르 물라가 처형된 것도 이슬람주의자들의 분노를 자극했다. 물라는 1971년 파키스탄과 독립전쟁 당시 전쟁범죄를 저지른 혐의가 유죄로 확정돼,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석달 뒤 처형됐다.
방글라데시에선 의석 350석 중 300석은 직접투표로, 나머지 50석은 현직 의원들이 선출하는 여성들로 채워진다. 야당의 보이콧으로 300석 중 154석은 여당 후보가 단독 출마해, 아와이연맹이 1위를 차지하는 일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알자지라>는 이번 선거가 교착 국면을 풀어가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리라고 짚었다. 유럽연합, 미국 등도 이번 선거에 정당성이 없다며 참관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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