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녀들에게까지 ‘자살폭탄 조끼’…비극의 아프간
탈레반 지역사령관 동생 스포즈마이
오빠 지시로 경찰 공격하려다 붙잡혀
“탈레반, 사탕으로 아이들 유인 빈번”
탈레반 지역사령관 동생 스포즈마이
오빠 지시로 경찰 공격하려다 붙잡혀
“탈레반, 사탕으로 아이들 유인 빈번”
아프가니스탄 남부에서 탈레반의 자살폭탄 도구로 희생될 뻔한 여자 어린이가 체포됐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6일 보도했다. 8~10살으로 추정되는 이 소녀의 이름은 스포즈마이. 폭탄이 달린 조끼를 입고 국경 경찰을 공격하라는 지령을 받았다. 그는 공격 현장까지 갔으나 추위와 두려움 탓에 기폭장치를 작동시키지 못하고 쩔쩔매다 한 군인한테 붙잡혔다. 스포즈마이는 아프간 남부 헬만드 일대에서 활동하는 탈레반 사령관인 자히르의 동생으로 알려졌다.
그는 붙잡힌 뒤 “오빠가 폭탄 장치를 주고 검문소에 가서 터뜨리라고 했다”고 울며 진술했다고 <엔비시>(NBC) 뉴스가 전했다. 인도 방송인 <엔디티비>(NDTV)는 “스포즈마이는 매우 겁에 질려 있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며 “그는 지금까지 탈레반이 자살폭탄의 도구로 이용한 어린이·청소년 중 가장 나이어린 축에 속한다”고 보도했다.
아프간에선 2011년 8살 소녀가 폭탄을 감추고 경찰 차량에 접근하다가 원격 조종장치로 폭탄이 터져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7월에도 탈레반이 굶주린 어린이들을 꾀어 매복공격 때 적을 유인하는 미끼로 쓰거나 길가에 ‘밥솥폭탄’을 설치하게 하고 덤불 속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리라고 강요하다 적발됐다. 훈련 기간이 필요한 소년병보다도 더 ‘값싼’ 공격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탈레반은 공식적으로는 자기들 조직에 어린이는 한명도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영국 방송 <채널4>의 탐사보도프로그램인 ‘디스패치스’는 최근 탈레반이 사탕이나 초콜릿 따위로 아이들을 홀려 납치한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에선 탈레반의 명령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고아 소년 네아즈의 사연이 소개됐다. 양을 치며 살아가던 네아즈의 가족은 탈레반을 집에 숨겨줬다가 나토 연합군의 공격을 받았다. 네아즈는 그때 부모를 잃었다. 탈레반은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8살짜리 네아즈를 데려가 총 쏘는 법, 사제폭탄 만드는 방법 따위를 가르쳤다. 탈레반은 네아즈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겠다며 동전 한무더기를 건넨 뒤 수류탄과 폭탄이 달린 조끼를 입고 있다 터뜨리라고 했다. 네아즈는 “내가 죽으면 돈이 있어도 뭘 할 수 있냐고 묻자, 탈레반은 천국에 갈 거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한테서 도망쳐 지금은 헬만드 주도인 라슈카르가의 고아원에서 지내고 있다.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기세를 올리는 헬만드·가즈니주의 감옥엔 폭탄 공격을 시도하다 군경에 체포된 어린이·청소년 224명이 갇혀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2011년 8월 10대 자살폭탄범 몇명을 사면하기도 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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