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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식모 살이’ 갔다가 쇠파이프로…10살 파키스탄 소녀의 비극

등록 2014-01-12 15:28수정 2014-01-12 20:13

사진 BBC 누리집 갈무리.
사진 BBC 누리집 갈무리.
BBC, ‘어린이 노예 노동 실태’ 보도
고용주 가족에 구타 당한 끝에 숨져
비슷한 시기의 또 다른 10대 소녀도
성적 학대중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
“파키스탄 노동법 아동 착취 경시해”
파키스탄의 10살 소녀가 ‘식모 살이’를 하러 갔다가 고용주 가족에게 쇠파이프로 맞아 숨지면서 파키스탄의 어린이 노예노동 실태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비비시>(BBC) 등은 이람 람자르란 소녀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파키스탄 펀자브주 주도인 라호르의 중산층 집안에 식모살이를 갔으나, 최근 그가 100루피(약 1006원)를 훔쳤다고 의심한 마흐무드 가족들에게 구타를 당한 끝에 숨졌다고 전했다. 경찰은 폭행에 가담한 아하프 마흐무드 부부와 아들을 살인혐의로 체포했다.

숨진 소녀는 여섯 자매의 막내딸로 석달 전에 매달 23달러(2만4400원)에 식모로 고용돼 일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두 자매도 마찬가지로 식모살이를 갔다. 소녀의 어머니는 아이들의 아버지가 숨진 뒤 자신도 탈곡기 사고로 손목이 절단돼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딸들의 벌이에 생계를 의존했다. 숨진 소녀는 몸이 묶인 채 이틀 동안 사실상 고문에 가깝게 폭행당했으며, 검시 결과 몸에서 23군데 멍 자국과 손목과 발에 줄에 묶인 흔적이 발견됐다. 소녀를 폭행한 마흐무드 부인은 체포된 뒤에도 별다른 죄책감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 모든 건 우연한 사고로, 그 아이가 죽기를 기대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그 애가 세 차례 돈을 훔쳐서 화가 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소녀가 급사를 한 게 아니라 묶인 상태로 서서히 숨졌다”고 말했다.

<비비시>는 “숨진 소녀의 마을에선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통곡이 무너져가는 판자집 진흙벽에 메아리치고 있다”며 “파키스탄 인구 1억9300여만명의 절반이 18살 이하 미성년자인데 이 나라 노동법이 아동 착취를 경시하고 있다”고 짚었다.

파키스탄에서 이런 일은 드물지 않다. 이람 람자르가 숨진 시기에 15살짜리 또다른 소녀는 식모살이를 간 집주인에게 성적 학대를 당하던중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파키스탄의 ‘어린이 인권 보호를 위한 모임’(SPARC)은 이런 사망 사건이 보고되는 것만 연간 20여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단체 대표 사자드 치마는 “어린이 노동을 규제하는 행정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법이 무엇이든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권단체들은 파키스탄에서 돈벌이를 위해 거리 구걸이나 낯선 사람에게 떠밀리는 아이들이 1200만명 이상이라고 말한다. <비비시>는 “숨진 소녀 람자르의 무덤 옆에는 인간의 잔인성과 정부의 무관심, 빈곤이 그의 유년기와 생명을 영원히 끝내버리기 이전에 소녀가 친구들과 뛰어놀았던 녹색 들판이 펼쳐져 있었다”고 전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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