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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일자리야”…‘모디노믹스’ 선거판 흔들다

등록 2014-04-03 20:19수정 2014-04-04 10:32

[세계 쏙] ‘지구 최대의 선거’ 인도 총선 D-4
‘모디노믹스’가 인도 총선을 흔들고 있다.

오는 7일 시작돼 다음달 12일까지 9단계에 걸쳐 한달 넘게 실시되는 인도 총선에서 집권당 국민회의는 제1야당인 인도인민당(BJP)이 내세운 총리 후보의 거센 도전에 밀리고 있다. 도전자는 나렌드라 모디(64). 모디는 2001년부터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의 총리를 지내면서 이 지역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 모디노믹스라는 단어를 유행시켰다. 반면, 네루-간디 가문을 중심으로 60여년 동안 인도를 통치한 국민회의는 만연한 부패에 대한 염증과 경제난 책임론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인도 15개주에서 18살 이상 2464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를 한 결과, 인도인민당에 대한 지지는 도시지역에서 60%, 비도시지역에선 64%에 이르렀다. 인도 언론들의 여론조사도 인도인민당이 다수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947년 독립 이후 인도인민당 중심의 연정이 집권한 6년(1998~2004년)을 뺀 전 기간 동안 인도 중앙정치를 독점하다시피 해온 국민회의의 위기다.

8억1450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이번 ‘지구 최대의 선거’의 최대 변수는 경제다. 길거리 노점에서 ‘짜이’(인도 홍차)를 팔던 노점상 출신에서 주 총리에 오른 모디는 과감한 해외투자 유치, 도로 등 기반시설 확충 등으로 경제 발전을 이뤘다는 모디노믹스를 내세운다.

모디노믹스가 호소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인도의 경제 상황 때문이다. 인도는 2000년대만 하더라도 빠른 경제 성장을 거듭하는 신흥국을 일컫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표주자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여파로 통화가치가 불안해지기 쉬운 신흥국을 일컫는 ‘취약 5개국’(Fragile5, 남아프리카공화국·터키·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의 대표로 추락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면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위험 자산인 신흥국 통화의 가치는 하락하는데, 인도는 특히 취약한 국가로 꼽힌다. 2010년만 하더라도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10.5%에 이르렀으나 2011년 6.3%로 떨어진 뒤 2012년엔 3.2%, 지난해 4.8%로 추락했다. 성장률은 하락하는데 물가상승률은 10%를 넘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인도 루피화 환율도 2010년 4월 1달러당 44루피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8월 68.48루피까지 올랐다. 통화가치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지난 1일엔 1달러당 59.75루피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7일부터 36일간 총선 실시
여당 국민회의 부패·경제 책임론에
1야당 인도인민당 선거 승리 전망

‘14년째 구자라트주 총리’ 모디 후보
기술관료·기업친화 이미지 내세워
일자리·개발 열망 젊은층 지지얻어
“성과 과장·비민주적 인물” 지적도

성장률이 둔화되는 등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것은 인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신흥국들이 최근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중국도 경제성장률이 2011년 9.3%에서 2012년 7.8%, 2013년 7.7%로 낮아지고 있다. 국민회의의 최근 집권기간인 2004년 이후 인도인의 삶이 나빠지기만 한 것도 아니다. 세계은행의 자료를 보면, 하루 1.25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인도인의 비율이 2005년 42%에서 2010년에는 33%로 낮아졌다.

빈곤은 줄었지만 젊은이들은 집권당인 국민회의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서 ‘괜찮은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화학 석사 학위를 받은 아닐 쿠마르 바헤(25)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부모님들은 오랫동안 국민회의에 표를 던졌지만 나는 인도인민당을 지지한다”고 했다. 바헤는 국민회의가 최근 10년 동안 제공했던 복지보다 인도인민당의 총리 후보인 모디가 “젊은이들을 위해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한 데 더 기대를 걸고 있다. 바헤는 “주는 돈을 받기보다는 (일할) 기회를 제공받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하는 란지트 싱(21)은 “우리 희망은 오직 모디뿐이다. 그가 집권하면 개발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인도 젊은이들이 국민회의의 가부장적 접근에 싫증을 느끼고 있으며 일자리를 주겠다는 인도인민당의 선전에 더 끌리고 있다고 전했다.

※ 클릭하시면 확대됩니다.

모디는 애초 극우 힌두민족주의자라는 위험한 이미지가 강했으나 최근에는 유능한 테크노크라트로서의 이미지가 더 부각되고 있다. <타임>은 “구자라트주는 인도에서 유일하게 하루 24시간 전기가 거의 끊기지 않고 공급되는 주”라고 묘사했다. 구자라트주는 핵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다른 12개 주에 팔고 있다. 10년 전까지 구자라트주에는 자동차 공장이 1곳뿐이었지만, 모디의 적극적인 투자 유치 정책의 결과 자동차 7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2012년에는 포드와 푸조가 구자라트주에 수십억달러의 투자계획을 발표했으며, 타타는 소형 자동차인 나노를 구자라트주의 사난드에서 생산하고 있다. 2010년 <포브스>는 구자라트주의 도시인 아마다바드를 중국의 청두와 충칭에 이어 세번째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로 꼽았다. 모디는 구자라트주의 긴 해안선과 개발 가능한 넓은 토지, 노조가 거의 없는 상황을 활용했다. 여기에 과감한 사회기반시설 투자와 ‘기업 친화적’ 태도를 곁들여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구자라트주의 2009~2010년 1인당 소득은 6만3961루피로 인도 전체에서 4위였다.

하지만 모디노믹스가 과장됐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가디언>은 모디가 주 총리로 재임한 2000년대 구자라트의 성장률이 평균 6.9%로 같은 기간 인도 평균 5.6%보다 높지만, 모디가 집권하기 전인 1990년대에도 구자라트주 성장률은 평균 4.8%로 인도 평균 3.7%보다 높았다고 지적했다. 구자라트주는 모디가 부임하기 이전부터 이미 공업화된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신문은 “구자라트주의 경제적 성과는 의심할 바가 없지만 모디의 경제적 리더십에 대한 막연한 낙관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모디의 경제정책의 방점은 ‘기업 친화’에 찍혀 있으며, 민주적인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다. 2012년 구자라트주 정부는 인구 5800명이 사는 마을인 코라지에 포드와 타타, 네슬레 같은 대기업들의 공장과 매장을 유치하기 위해 주민들한테서 대규모로 토지를 사들였다. 이 마을 농민인 마헤시 차와다는 당시 5헥타르(㏊)의 밀밭을 정부에 팔았다. 차와다는 <타임>에 “공무원들이 ‘네가 동의하면 좋은 것이고, 동의하지 않아도 어차피 네 땅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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