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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자수성가 CEO 정치인? 학살 방조 ‘인도판 히틀러’?

등록 2014-04-03 20:20수정 2014-04-04 17:04

나렌드라 모디.
나렌드라 모디.
인도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나렌드라 모디는 누구?
홍차 팔이에서 출발한 입지전적 인물…경쟁자 ‘황태자’ 라훌 간디와 대비
2002년 힌두교도의 무슬림 학살 때 ‘주 당국의 학살 비호·조장’ 비난 받아
유능한 최고경영자(CEO)형 정치인인가, 무슬림 학살을 방조한 극우 힌두민족주의자인가? 인도 차기 총리로 유력한 나렌드라 모디(64)는 ‘두 얼굴’을 가진 정치인이다.

모디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50년 구자라트주 힌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후반에 버스 터미널 근처에서 ‘짜이왈라’(인도식 홍차인 짜이를 파는 상인)로 생계를 꾸렸다. 1970년 힌두 국수주의 단체인 민족의용단(RSS)에 들어가 선전원으로 일했다. 민족의용단은 1980년대에 모디를 같은 성향의 정당인 인도인민당(BJP)에 파견했고, 그의 정치 인생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모디는 인도인민당 구자라트주 지부에서 선거 전략을 짜는 일을 맡아 1995년 구자라트주 지방선거에서 인도인민당의 승리를 이끌었다. 2001년에는 전임자가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운 구자라트주 총리로 지명되면서, 일개 선전원에서 주 총리까지 오르게 됐다.

그의 경쟁자인 라훌 간디(48) 국민회의 부총재가 ‘황태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것과는 극과 극으로 대비되는 삶이다. 인디라 간디 총리의 손자이자 라지브 간디 총리의 아들인 라훌은 인도 초대 총리인 자와할랄 네루에게 뿌리를 두고 인도 정치를 쥐락펴락한 네루-간디 가문의 적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총리직을 예약해뒀다는 기대를 모았지만, 이제는 ‘우유부단하고 성과를 보인 게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모디에게 밀리고 있다.

모디는 구자라트주 역사상 최장수 총리로, 4번째 연임중이며 통치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미국 시사주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하루 3시간 반밖에 자지 않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요가를 한 뒤 집무를 시작한다. 지난 10여년 동안 나는 휴가 시간으로 15분도 쓴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시절 결혼했으나 어떤 이유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인과 별거 상태로 지내고 있다. 그는 경찰을 동원해 관료들의 부패를 수시로 감시하며, 다른 인도 정치인과는 달리 친인척 비리가 크게 불거진 적도 없다. 그는 “(남동생이 구자라트 주 정부에서 일하고 있으나) 10여년 동안 내 집무실에 한번도 온 적이 없다. 이게 내 가족의 규율이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나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주 지도자였던 폴 포트 같은 인물로 묘사되기도 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가 이런 ‘악명’을 얻게 된 계기는 2000여명의 무슬림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고드라 사건’ 때문이다. 이 사건은 2002년 2월 힌두교 성지인 아요디아에서 돌아오던 힌두교 성지순례단이 탄 열차가 구자라트주 고드라역에 도착했을 때 불이 나 열차에 타고 있던 힌두교도 등 59명이 숨지면서 촉발됐다. 무슬림이 열차에 불을 질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분노한 힌두교도들이 무슬림을 무차별 살상하고 심지어 산 채로 사람을 불태우는 등 학살에 나섰다. 구자라트주 당국은 고드라 사건의 원인은 무슬림들이 열차에 방화를 했기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놔 사실상 학살을 비호했다. 하지만 2004년 중앙정부의 집권당인 국민회의가 주도해 다시 꾸려진 조사단은 열차 화재는 방화가 아닌 단순 사고라고 결론을 내렸다.

모디가 이끈 구자라트주 정부는 2002년 무슬림에 대한 학살이 벌어질 당시 통행금지령을 내리는 등의 조처를 취하기는 했다. 하지만 현장의 경찰들이 힌두교도들의 학살을 제지하지 않는 등 주 정부가 폭동을 방관하고 심지어 조장했다는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모디는 당시 뉴턴의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인용해 “모든 행동은 똑같은 크기의 반작용을 받는다”고 발언해, 힌두교도의 폭동을 정당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타임> 인터뷰에서 고드라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나는 행동으로 말할 뿐”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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