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상원 해산…‘친탁신’ 제거 박차
경찰총장·국방장관 등 권한 정지
시위지도자·언론인 150여명 구금
‘반탁신’에 유리한 헌법개정 의도
경찰총장·국방장관 등 권한 정지
시위지도자·언론인 150여명 구금
‘반탁신’에 유리한 헌법개정 의도
“군부는 물러가라.”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타이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붉은 셔츠’와 ‘노란 셔츠’ 등 정파적 입장의 시위대가 아니다. 군부가 ‘5인 이상 집회 금지령’을 내렸지만 25일 방콕 도심에서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이날 방콕 중심 쇼핑가에선 시위대가 1000명까지 늘어나 군과 대치하기도 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000여명의 시위대가 ‘(군부독재) 물러나라!’라고 외치며 방콕 도심을 행진했다”고 전했다. 친탁신 계열의 ‘붉은 셔츠’뿐 아니라 쿠데타에 반대하는 일반 시민들까지 폭넓게 시위에 나서고 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아에프페>에 “나는 그들(군)이 두렵지 않다. 우리가 그들을 두려워할수록 그들이 우리를 짓밟게 된다”며 “우리는 스스로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선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방콕뿐 아니라 북부의 치앙마이, 북동부의 콘깬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군부가 시위 지도자들을 체포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반쿠데타 시위대가 플래시몹을 하는 것처럼 대응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시위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군부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트위터로 만날 장소를 정하고, 경찰이나 군인들의 위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또 적은 인원수로 집결해 단속을 피하고 있다. 군 지도부는 25일 “그들이 계속 시위를 한다면, 대응에 나서겠다”며 시위 참가자를 최장 2년까지 투옥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타이 군부는 상원마저 해산하고 대대적인 반대파 제거에 나섰다. 쁘라윳 짠오차 육군 참모총장이 이끄는 타이 군부는 24일 상원을 해산하고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계열로 분류되는 경찰총장과 국방장관 등의 권한 정지를 선언했다고 현지 언론 <네이션>이 전했다. 군부는 잉락 친나왓 전 총리 등 주요 인사들과 친탁신계 ‘붉은 셔츠’ 시위대의 주요 인물들, 쿠데타에 회의적인 학자와 언론인 등 150여명을 구금했다. 군부는 주요 18개 신문사 편집간부들을 25일 오후에 소집했다. 군부에 호의적인 보도를 요청하기 위한 것이다.
군부가 상원을 해산한 것은 새 헌법을 만드는 길을 닦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잉락 전 총리가 이미 지난해 반정부 시위 탓에 하원을 해산한 상태이기 때문에, 국민이 선출한 입법기관은 상원뿐이었다. 군부가 이마저도 해산한 것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헌법을 개정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타이 군부는 2006년 탁신 전 총리를 쫓아낸 쿠데타를 일으킨 뒤에도 2007년 헌법을 개정했다. 당시 헌법 개정으로 총리 권한을 약화시켰으며 상원의원도 일부를 임명직으로 바꿨다. 하지만 2008년 총선에서도 탁신 전 총리의 처남인 솜차이 웡사왓이 총선에서 이겨 총리에 취임했다. 군부는 이번 쿠데타와 헌법 개정에선 더욱 분명하게 반탁신 세력에 유리한 정치지형을 만들어, 탁신계 세력이 다시 정권을 장악하기 힘들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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