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나렌드라 모디(왼쪽) 인도 총리가 27일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세계 시민 축제에서 배우 휴 잭맨과 인사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인도 총리, 미국 나흘간 국빈방문
센트럴파크서 연설 6만여명 운집
9년 전 비자 발급 거부 ‘격세지감’
두나라 ‘중국견제’ ‘투자유치’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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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 비자 발급 거부 ‘격세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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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 힌두민족주의자로 유명한 나렌드라 모디(64) 인도 총리는 구자라트주 총리 시절이던 2005년 미국을 방문하려다 비자 발급을 거부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당시 미국 정부는 2002년 구자라트주에서 힌두교도들이 무슬림 2000여명을 학살한 ‘고드라 사건’이 일어났을 때 주총리였던 모디가 학살을 방조했다는 의혹을 문제 삼아 비자를 내주지 않았다. 종교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인물에게는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법률이 근거였는데, 이 법률이 적용돼 비자가 거부된 사례는 모디가 유일하다.
하지만 올해 5월 모디가 인도 총리에 오르자 미국의 태도는 180도 변했다. 모디 총리를 정식으로 미국에 초청했다. 모디는 비자 발급 신청을 할 필요도 없이 26일 닷새 일정으로 미국 방문에 나섰다. 뉴욕을 거쳐 워싱턴으로 이동해 30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백악관은 29일 저녁 모디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의 만찬 일정을 잡았다. 그런데, 모디 총리는 힌두교 단식 기간이라는 이유로 저녁 식사를 하지 않겠다고 해, 백악관은 난처한 상황이 됐다.
미국의 모디 환대는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경계하면서, 중국 견제에 인도를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인도 또한 중국 견제에서는 미국과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일치한다. 미군과 일본 자위대 그리고 인도군은 지난 7월 일본 오키나와 근해에서 합동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영국 킹스칼리지의 외교 전문가인 하시 팬트는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 “미국은 아시아에서 인도가 세력 균형 유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인도에 점점 더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미국은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한 시리아 공습에 대해서도 인도의 지지를 얻길 원한다. 인도 경제 부흥을 내걸고 총리가 된 모디도 미국의 투자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미국 방문 닷새간 모디 총리의 일정은 약 90개나 되며, 이 중에는 보잉과 아이비엠(IBM) 등 미국 주요 기업 경영진과의 만남이 줄지어 있다.
27일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모디 총리는 유엔 지정 ‘세계 요가의 날’을 만들자는 독특한 제안도 했다. 그는 “요가는 삶의 방식을 바꾸고 기후변화와 싸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이 무색하게도 모디 총리는 세계 3번째 탄소 배출국인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으며, 유엔 총회에 앞서 열린 유엔 기후정상회의에도 불참했다. 모디 총리는 이날 오후엔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세계 시민 축제’ 연단에 올랐다. 세계 빈곤퇴치 캠페인의 일환인 이 행사에서 모디 총리가 연설하는 동안 6만명이 운집했다. 모디에 대한 ‘록스타’ 대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8일에는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연설을 할 예정인데 인도계 이민자들을 중심으로 18만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그러나 모디 총리에게서 고드라 사건의 그림자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법원은 26일 모디 총리에게 고드라 사건에 대해 해명하라며 소환장을 보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모디 총리는 국가원수 자격으로 초청됐으므로 소환에 응하지 않아도 되며 법원의 소환장 발부가 그의 미국 방문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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