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수에게도 도움의 손길은 내민다’
파키스탄 강진을 계기로 오랜 적대국인 파키스탄과 인도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인도 쪽은 13일 밤 파키스탄 쪽과 연결된 유일한 철도인 아타리-와가 노선을 이용해 모포 5천장, 텐트 370개, 의약품 12톤 등 총 82톤의 2차 구호물자를 파키스탄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12일 새벽에는 담요 1만5천장, 텐트 50개 등 26톤의 구호물자를 가득 실은 인도 공군의 수송기가 이슬라마바드 근처 공항에 도착했다.
인도군은 또 12일 사실상 국경선인 카슈미르 지역 ‘통제선’을 넘어서 이번 지진으로 파괴된 파키스탄군의 벙커 보수를 도와주었다고 인도군 대변인이 밝혔다. 군 대변인은 “파키스탄 쪽 몇몇 병사들이 통제선을 마주한 우리에게 지진으로 무너진 벙커 복구를 도와달라고 요청해 우리 병사 5~6명이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통제선을 따라 이어진 다리를 건너가 도와줬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병사들이 이런 식으로 (아무런 충돌 없이) 국경선을 넘는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또 이번주 들어 양쪽의 군용헬기는 중화기가 배치된 통제선을 자유롭게 넘나들도록 허용되고 있다. 보통때 같으면 모두 격추됐을 일이다.
앞서 지난 8일 지진 발생 직후 카슈미르 지역 한 인도군이 겁에 질려 부서진 벙커를 이탈해 파키스탄 쪽으로 월경했다가 “체포되거나 고문받지도 않은 채” 무사히 귀환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1947년 분리독립 이후 카슈미르를 놓고 두번이나 전쟁을 치른 두 나라는 2003년 11월 종전협상 이후 평화의 싹을 틔웠다. 올 4월에는 두 나라의 카슈미르를 잇는 버스길을 약 60년 만에 재개통했다.
하지만 정치분석가들은 두 나라가 진정으로 적대감을 버리고 카슈미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심스럽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군이 통제선 부근에서 파키스탄을 도와 직접적인 구호활동을 하겠다는 인도 쪽의 제안은 거부됐다. 또 샤우카트 술탄 파키스탄군 대변인은 13일 인도군의 벙커보수 협력에 “전혀 근거없는 얘기”라며 강력 부인해 여전히 민감한 두나라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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