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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어린 눈망울에 맺힌 지진 공포

등록 2005-10-19 18:19수정 2005-10-19 21:57

<b>아프고 놀라고</b> 지진으로 팔을 크게 다친 여섯달된 한 아기가 지난 17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지역 바그시의 임시 천막병원에서 의사가 팔을 소독하려 하자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이 아기는 결국 헬기로 인근 병원에 옮겨져 절단수술을 받았다. 바그/AP 연합
아프고 놀라고 지진으로 팔을 크게 다친 여섯달된 한 아기가 지난 17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지역 바그시의 임시 천막병원에서 의사가 팔을 소독하려 하자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이 아기는 결국 헬기로 인근 병원에 옮겨져 절단수술을 받았다. 바그/AP 연합
파키스탄 사망자 50~60% 차지 ‘최대 피해’ 살아남은 아이들도 추위·굶주림에 건강 악화 인신매매 ‘검은손’도…정부 “모든 고아 보호”
파키스탄 대지진의 최대 피해지역인 무자파라바드의 한 초등학교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어린이 모하마드 와심. 지진발생 열하루째인 19일 구조대원들과 함께 혹시 살아 있을지 모를 친구와 선생님을 찾아 잔해 더미를 뒤지고 있으나 구조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는 <시엔엔방송>에 “구조대원들이 지진 발생 첫날에 왔다면 내 친구들을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들은 미래에 대해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와심처럼 이번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어린이는 소수에 불과하다. 파키스탄 전역에서 수백개의 학교가 콘크리트 더미로 변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대변인 다미엔 페르소나즈는 “사망자의 50~60%는 어린이들이며 이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자가 어린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살아남은 어린이들도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건강상태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무자파라바드의 중심부 사원에 마련된 임시병원에 진료차 찾아오는 환자의 30%는 어린이다. 지진에 의한 외상뿐 아니라 날씨가 추워지면서 설사·간염 등이 크게 늘어났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의사 아바스는 “간염 초기 증상의 아이들을 하루 20명 정도 진료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사태로 도로가 끊긴 무자파라바드 인근 산간마을 사람들은 부상을 당한 자식을 데리고 10시간이나 걸어서 병원에 도착하기도 한다. 다른 병원의 의사 아바스 리즈비는 “시내까지 나올 수 있는 어린아이들은 아직 괜찮지만, 문제는 (도보통행마저 불가능한) 고립된 마을의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헬기를 이용해 아이들을 병원으로 옮길 수 있으나, 파키스탄 당국은 원칙적으로 부모의 동승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태우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여기에다 헬기가 오지 않은 마을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유니세프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산악지역에 아직 12만명의 어린이들이 구호를 받지 못하고 고립돼 있다”며 “지원의 손길이 빨리 닿지 않으면 이들 중 1만여명이 굶주림, 저체온증, 질병 등으로 몇 주 안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는 인신매매범의 ‘검은 손길’이 기다리고 있다. <파키스탄 데일리 타임스>는 “3명의 지진고아가 병원에서 납치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제노동기구 통계로는 파키스탄에서 매년 10만명 가까이가 인신매매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체중이 가벼운 아이들은 중동의 낙타경주 기수용으로 팔려나가기도 한다. 아랍에미리트는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최근 3개월간 400명의 파키스탄 어린이들을 돌려보냈다. 샤우카트 아지즈 파키스탄 총리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지진고아는 정부가 보호할 것이며, 아무도 그들을 입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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