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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사우디는 왜 말레이 총리에 7300억원을 줬나?

등록 2016-01-27 17:15수정 2016-01-27 22:35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의 통장에 꽂힌 8200억원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의 선물이다?

 나집 총리의 비자금 의혹 조사를 지휘해온 모하멧 아판디 알리 검찰총장은 26일 말레이시아 반부패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총리의 개인 계좌로 입금된 돈은 부정한 수입이나 뇌물이 아니라고 판명됐다”며 범죄 혐의가 없으므로 조사를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나집 총리는 2013년 5월 총선 직전 두 달 동안 수차례에 걸쳐 사우디에서 6억8100만달러(약 8200억원)를 개인 계좌로 송금받은 뒤 야당으로부터 부패 정치인으로 낙인찍혀 사퇴 압박을 받아왔으나, 2년8개월 만에 ‘공식적으로’ 검은돈 수수 혐의를 벗게 됐다. 문제의 돈은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와 관련된 중동 국부펀드의 스위스은행 계좌 등을 통해 입금됐다.

 나집 총리는 “검찰총장의 발표를 환영한다”며 부패 의혹을 주장한 야당에 곧바로 역공을 펼쳤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정치자금에 큰 관심을 갖는 것을 이해한다. 그래서 내가 2010년에 처음으로 정치자금 개혁안을 제시했고, 야당이 반대하자 재의를 밀어붙였다”고 말했다고 현지 일간 <뉴스트레이츠 타임스>가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사우디 왕가의 한 소식통도 이날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나집 총리에게 전달된 돈은 당시 압둘라 국왕의 개인 자산과 국부펀드에서 재원을 마련한 ‘기부금’이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검찰의 발표와 사우디 쪽의 설명이 설령 사실이라 해도 의문은 남는다. 사우디는 왜 자국에서 6000㎞나 떨어진 비아랍권 국가의 선거를 돈으로 사려고 했을까?

 사우디 소식통은 총선 당시 야권연합의 주축이던 범말레이시아이슬람당에 이슬람 원리주의 정치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이 포함돼 있어 이들의 영향력을 차단하려 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왕실이 말레이시아에 기부금을 준 것은 이상할 게 전혀 없으며, 수많은 다른 나라들을 다루는 것과 매우 비슷하다”고 말했다.

 왕정독재국가인 사우디는 2011년 아랍의 봄 당시에도 민주화 열기의 확산을 극도로 경계했으며, 2012년 이집트 대선에서 무슬림형제단 소속 무함마드 무르시가 당선되자 세속주의 성향인 이집트 군부에 수십억달러의 공여와 차관을 제공해 반혁명 군사쿠데타에 일조했다. 사우디 왕실은 요르단, 모로코, 수단 등 인근 이슬람 국가의 집권세력한테도 수억달러의 돈을 뿌려 위기관리를 해왔다.

 한편 말레이시아의 나집 총리는 젊은 시절부터 탄탄대로를 달려온 정치 귀족 출신이다. 개발독재 시대를 이끈 제2대 총리 압둘 라작이 부친이며, 3대 총리 후세인 온이 삼촌이다. 1976년 부친이 총리 재임 중 사망하자 23살에 의석을 물려받아 정치에 입문한 뒤, 이후 총선에서 계속 당선했다. 2003년 마하티르 당시 총리의 사임으로 압둘라 아마드 바다위 부총리가 총리직을 이어받은 이듬해 나집은 부총리에 올랐으며, 2009년 바다위 총리가 사임하자 총리로 임명된 뒤 2013년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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