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아시아·태평양

나지브 말레이시아 총리는 1조2천억원을 어떻게 챙겼나?

등록 2016-09-02 13:30수정 2016-09-02 15:01

8억5천만달러를 국영회사 1MDB에서 횡령
1MDB의 채권 판매 대금 세탁을 통해서
사우디 왕가와 아부다비 부동산 회사도 협력
말레이시아 독립기념일을 맞아 지난 8월31일(현지시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독립광장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학생들이 국기를 들고 서 있다. 쿠알라룸푸르/AFP 연합뉴스
말레이시아 독립기념일을 맞아 지난 8월31일(현지시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독립광장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학생들이 국기를 들고 서 있다. 쿠알라룸푸르/AFP 연합뉴스

10억달러(1조2천억원)는 나지브 라자크 말레시이아 총리에게 어떻게 꽂혔는가? 사상 최대의 현찰 뇌물 스캔들에 휩쌓인 나지브 총리에게 건네진 돈들의 경로를 추적한 미국 등 서방 수사당국들의 수사결과들이 일부 전해지고 있다.

나지브 총리의 계좌에 꽂힌 약 10억달러는 사우디아라비아 왕가 인사가 건네 돈이거나, 말레이시아 정부의 투자펀드회사가 채권을 매각한 돈들로, 크게 3곳의 통로를 통해서 전해졌다는 미국 법무부 수사보고서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돈들을 복잡한 중계인들을 거쳐서, 나지브 총리의 암뱅크 은행의 개인 계좌로 합류해 모두 10억5천만달러에 달했다.

현재 나지브 총리는 이 액수를 모두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사우디 왕가로부터 6억8100만달러만 받았으며, 이는 합법적인 기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 돈 대부분을 사우디 기부자들에게 돌려줬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검찰총장도 나지브의 이런 해명을 수용하고, 그에게 범법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법무부는 나지브의 계좌에 들어온 돈들은 말레이시아 정부 투자펀드인 1MDB에서 횡령한 35억달러의 일부라고 고소장을 통해 밝혔다. 미 법무부는 나지브가 이 돈들을 불법세탁한 혐의 등으로 수사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나지브의 계좌의 돈들은 앞서 이 계좌로 송금했던 한 역외 회사로 재송금됐고, 이번 사건의 중심에 있는 조 로우라는 말레이시아 금융인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 당국은 1MDB의 돈으로 구매한 것으로 알려진 제트기와 예술품, 뉴욕과 베버리힐스의 고급 부동산 등 모두 10억달러의 자산을 지난 7월 압류했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7개국에서 나지브 사건을 조사 중이다. 싱가포르는 1MDB의 돈세탁과 관련해 한 은행가를 기소했고, 아부다비 정부는 1MDB와 관련된 한 관리을 체포하고 그의 재산을 동결했다.

나지브의 계좌에 전달된 10억3천만달러의 출처는 크게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회사 △1MDB의 발전소 구매를 위한 채권 판매 자금 △1MDB의 아부다비와의 부동산 공동벤처 자금 조달을 위한 채권 판매 대금으로 나뉜다.

■ 사우디 석유회사 자금=1MDB는 사우디의 석유회사 ’페트로사우디 인터내셔널’과의 공동벤처를 위해 18억달러를 빌렸다. 이 중 약 10억달러가 세이셸군도에 있는 굿스타라는 회사로 보내졌다. 페트로사우디의 공동창업자인 사우디 왕가의 투르키 빈 압둘라 왕자는 굿스타로부터 2450억달러를 받았고, 이 중 2천만달러는 다시 파이잘 빈 투르키 빈 반다르 알 사우드 왕자를 거쳐 나지브의 계좌로 들어갔다.

■ 발전소 자금=1MDB는 발전소 매입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골드만삭스를 통해 약 35억달러의 채권 발행을 두 차례 했다. 1MDB는 골드만삭스에 비용을 지불한 뒤 아부다비의 국제석유투자회사(IPIC)의 자회사인 아바르투자PJS에게 그 채권들의 보증을 위한 돈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그 돈들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등록된 유사한 이름의 아바르투자PJS Ltd.에 송금됐다. 아부다비의 국제석유투자회사는 그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회사가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버진아일랜드의 아바르로부터 6억3700만달러가 브랙스톤아시아부동산파트너스라는 회사로 송금됐다. 또 4억6300만달러가 아바르보터 카리브해의 쿠라사오에 있는 두 개의 뮤추얼펀드로 송금됐고, 이 돈들은 다시 블랙스톤으로 전달됐다.

이렇게 블랙스톤에 모인 돈들 중 1억7천만달러가 2012년에 몇차례에 걸쳐 나지브의 계좌로 꽂혔다.

■ 아부다비 부동산 자금=1MDB는 아부다비와의 부동산 공동베천 자금 조달을 하려고 골드만삭스를 통해 3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했다.

1MDB는 골드만삭스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남은 돈의 절반을 버진아일랜드와 쿠라사오에 있는 페이퍼컴퍼니들과 다른 중계인들에게 보냈다. 이 돈들은 버진아일랜드의 타노르파이낸스에 모였고, 모두 12억7천만달러에 달했다.

타노르는 이 돈 중 6억8천만달러를 나지브의 계좌로 보냈다. 몇달 뒤 이 돈들은 정체가 불투명한 역외 회사들 속으로 사라졌다가, 그 중 6억2천만달러는 다시 타노르로 재송금됐다.

■ 나지브 계좌의 돈들은?=나지브의 계좌에는 모두 10억5천만달러가 들어왔다. 이 중 8천만달러는 확실히 사우디에서 나왔고, 사우디 재무부를 통해서 송금된 것 같다고 미 법무부는 밝힌다. 어떻게 송금된지는 구체적 내역을 여전히 불투명하다. 사우디의 있는 중계처를 통해 온 다른 1억2천만달러 역시 조사 중이다. 1억2천만달러 중 최소한 2천만달러는 1MDB에서 나온 것으로 추적됐다. 나머지 8억5천만달러는 타노르와 블랙스톤을 통해서 왔다.

나지브는 이 돈들은 개인적으로 쓰거나 정치자금으로 썼다. 그는 자신의 정당 소속 정치인들에게 수표를 발행해줬다. 수백만달러는 개인 용도로 썼다. 그 중 13만달러는 하와이의 샤넬 점포에서 사용됐고, 75만달러는 스위스의 한 보석상에서 지출됐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