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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진퇴양난’ 캄보디아 시아모니국왕

등록 2005-11-06 20:55

아버지를 따르자니 총리가 무섭다 ‘진퇴양난’ 캄보디아 시하모니 국왕
아버지를 따르자니 총리가 무섭다 ‘진퇴양난’ 캄보디아 시하모니 국왕
[아시아사람들] 아버지를 따르자니 총리가 무섭다
“강으로 가자니 악어가 우굴거리고, 기슭으로 올라가자니 호랑이가 으르렁거리고….”

진퇴양난에 빠진 사람을 일컫는 이 캄보디아 속담만큼 노로돔 시아모니(52) 국왕의 요즘 처지를 잘 나타내주는 말도 없을듯하다. 지난달 29일 아버지 사아누크로부터 권좌를 물러받은 지 1주년을 맞이한 그는 태상왕 아버지와 실권자인 훈센 총리의 틈바구니에 끼어 정치적 운신의 폭이 극도로 제한된 상태에 빠져있다고 <에이피(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국경조약 체결에 태상왕 “서명마라” 발끈
효자 노릇 하려니 훈센총리 “왕정철폐” 위협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초 훈센총리가 이웃국가인 베트남 하노이 방문길에 베트남과 새 국경조약을 체결하면서 비롯됐다. 암치료차 중국 베이징에 장기체류중인 시아누크는 즉각 훈센 총리가 자국의 영유권을 베트남에 양보했다며 조약은 불법이라고 선언하고 아들로 하여금 조약에 서명하지 못하도록 종용했다.

1979년 베트남이 킬링필드의 주역인 크메르 루주 세력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캄보디아 영토를 편입시킨 것을 훈센 총리가 그대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에 기대어 정치적 실권을 행세하고 있는 훈센 총리를 무시하기에도 어렵다는 게 시아모니 국왕의 곤궁한 처지이다. 게다가 정치적 이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성격인 훈센 총리는 지난달 17일 국회연설을 통해 “국왕이 조약을 서명하는 헌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왕정을 없애버릴 수도 있다”며 위협을 가했다. 훈센 총리는 1년전 시아누크가 현 국왕을 후계자로 정했을 때 별다른 정치적 위협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해 이에 찬성했었다.

현재 조약안은 국회에 계류된 상태로 국회를 통과하면 국왕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국왕은 정부가 제시한 안을 그대로 서명하는 게 캄보디아의 관례로 알려져 있다. 효자로 소문난 시아모니 국왕은 자신의 재위 1주기 행사도 거의 다 물리친채 아버지의 86살 생일 잔치 겸 병문안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6일 귀국했다.

발레교사 출신으로 30년 넘는 국외생활을 한 시아모니는 마지못해 국왕자리를 이어받았으나 ‘국민의 헌신적 공복’이 되겠다고 맹세하고 취임한 뒤 실제 이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에이피통신>은 홍수가 발생한 지역의 헐벗은 사람들에게 구호품과 따뜻한 말을 건네 캄보디아 국민들로부터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미혼인 시아모니는 영화 제작광이었던 아버지가 간여한 영화 <어린왕자>에서 타이틀 롤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14살 때부터 예술가의 삶을 살아왔으며, 프랑스 파리에서 발레 댄서 겸 안무가, 영화촬영가 등으로 활동했다. 또 그는 즉위 직전까지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주재 캄보디아 대사로서 오랜 전쟁으로 인해 가난과 질병에 찌든 모국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김도형 기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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