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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호찌민통신] 유교문화권 베트남의 ‘스승의 날’

등록 2005-11-21 18:59수정 2006-04-14 10:10

베트남 호치민시 홍방대 한국어과 교수와 학생들이 20일 강의실에서 ‘스승의 날’ 행사를 하고 있다. 호치민/윤우옥 통신원
베트남 호치민시 홍방대 한국어과 교수와 학생들이 20일 강의실에서 ‘스승의 날’ 행사를 하고 있다. 호치민/윤우옥 통신원
일요일인 지난 20일 오전 8시, 호치민 시내 홍방대학교 408호 강의실이 전통의상인 아오자이를 곱게 차려입은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이들은 이날로 23회째인 ‘스승의 날’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이 학교 한국어과 학생들이다.

유교 전통이 남아있는 베트남에선 스승을 섬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스승의 날’엔 은사의 댁을 방문해 인사를 드리거나 음식 등을 선물하는 게 관례다. 개혁개방 이후 급속한 생활변화와 함께 예전같은 정겨움은 사라졌다고들 하지만, 200여명의 한국어과 학생들은 전날 대학 전체의 공식행사와는 별도의 사은회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는 오후 2시부터 스승을 위한 꽃바구니를 만드는 꽃꽂이 경연대회를 시작으로 합창(1학년), 패션쇼(2학년), 춤(3학년), 연극(4학년) 등이 2시간 반 동안 다채롭게 진행됐다. 한 학생은 “이 행사를 위해 지난 3주 동안 매일 방과 후 1~2시간씩 연습했다”며 “패션쇼에 등장한 옷은 종이를 재활용해 직접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어과 학생들은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꽃꽂이와 패션쇼에서 1등을 한 2학년생 응웬 티 망은 서툰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이유는? “한국어를 아주 잘하시고, 마음이 아주 좋고, 수업시간에 휴대폰을 받지 않고 욕을 하지 않아서”란다. 학과장인 윤준철 교수는 “별도의 ‘스승의 날’ 행사는 한국어과만의 전통”이라며 흐뭇해 했다.

과자 몇 종류와 생수를 앞에 놓고 하는 조촐한 행사였지만, 한국에서는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어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행사를 마친 학생들은 손수 만든 꽃바구니를 들고, 교통사고로 입원중인 ‘인기 많은 노총각’ 강보경(49) 교수의 병실로 몰려갔다.

호치민/윤우옥 통신원 kwoomtl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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