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타격’
‘석유 마피아’ 해체 의지에 ‘기득권 세력’ 반발
대통령 취임 넉달… ‘최고 요직’ 여전히 빈자리
보수파가 장악한 이란 권력층 내부의 힘겨루기가 만만치 않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취임한 지 넉달이 다 되도록 핵심 각료의 하나인 석유장관이 빈자리로 남아 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그동안 후보 3명을 의회에 내놓았으나 모두 퇴짜를 맞았다. 지난 23일 이란 의회에서 있은, 3번째 석유장관 후보 모흐센 타살로티에 대한 인준 표결은 찬성 77표, 반대 139표로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의회는 부결 이유로, 이란 남부 석유화학지대 개발 책임자인 타살로티에 대해 석유장관을 맡을 만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꼽았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장관 지명자들이 계속 의회에서 거부된 것은 처음으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타격이다.
석유수출국기구(오펙) 2번째 산유국인 이란에서 원유·가스 수입은 세수의 80% 이상을 차지하며, 석유장관은 이 거대 산업을 지휘하는 최고 요직이다. 대통령과 의회의 대립으로 석유부는 3개월 넘게 카젬 비지리 하마네 과도장관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전통 보수파들의 반격=이번 사태는 대선에서 개혁파들을 물리치기 위해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지원했던 전통 보수파들이 이제는 그를 견제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군부와 빈곤층을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개혁조처들이 기득권을 가진 기존 보수파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특히 “국부를 독점해온 석유업계 마피아들”을 개혁해 석유 수익을 빈곤층에게 분배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주류 기득권층인 의원들은 대통령이 석유부의 기존 관리들 안에서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최근 외교관 40명과 국영 은행 책임자들이 한꺼번에 교체되고, 아마디네자드 취임 이후 주가가 25%나 하락하면서 반대파에서는 탄핵설까지 흘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이런 대립 속에서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원칙적으로 아마디네자드를 지지하며 “그에게 시간을 주라”고 국민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란 석유산업 어디로?=석유산업 관계자들은 이번 파동으로 해외 투자와 합작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는 등 중요한 프로젝트들이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란 석유부는 일본과 계약한 30억달러 규모의 아자데간 유전 개발 사업을 비롯해, 인도까지 이어질 60억달러의 송유관 부설, 중국과 합의한 1천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 등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장관 인선이 늦어져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국이 이란 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해 유엔 경제제재로 끌고 가려는 상황에서 이란은 이런 사업들을 시급히 진행시켜야 할 상황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4일부터 빈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란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번에는 안보리 회부를 결의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 개발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우라늄 농축작업은 러시아에서 해야 한다는 중재안을 이란이 받아들이도록 요구하기 위해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사진 로이터 연합
더구나 미국이 이란 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해 유엔 경제제재로 끌고 가려는 상황에서 이란은 이런 사업들을 시급히 진행시켜야 할 상황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4일부터 빈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란 핵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번에는 안보리 회부를 결의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 개발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우라늄 농축작업은 러시아에서 해야 한다는 중재안을 이란이 받아들이도록 요구하기 위해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사진 로이터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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