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서부 구자라트주를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가족이 19일 현지 주민들에게 환영을 받고 있다. 트뤼도 총리 트위터 갈무리
지난 17일 국빈방문 형식으로 인도를 찾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전용기에서 내려 두 손을 합장하고 인도식 인사 “나마스테”를 건넸다. 그러나 그 인사를 받아줄 만한 ‘동급’ 인사는 보이지 않았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그 시각 주의회 선거운동 지원에 나서 남부 지역을 방문하고 있었다. 대신 농업차관을 공항으로 보내 영접하도록 했다. 모디 총리가 외국 지도자나 고위급 인사가 인도를 방문할 때마다 흔히 올리던 환영 인사 트위트도 없었다.
냉랭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우타르프라데시주 아그라에서 무굴제국의 대표 건축물 타지마할을 방문했을 때, 트뤼도 총리와 동행한 것은 지자체 공무원이었다. 모디 총리의 고향인 구자라트주의 사바르마티 아슈람(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운동 발원지)을 방문했을 때에도 트뤼도 총리 옆엔 가족들뿐이었다. 모디 총리가 그간 외국 지도자들과 즐겨 방문했던 곳이기에 의아함이 커졌다.
모디 총리는 국빈이 방문할 때 대체로 공항 마중을 나왔고, 격의 없이 꼭 껴안으며 인사했다. 이를 ‘허그 외교’라 부르기도 했다. 20일 뭄바이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트뤼도 총리는 출국 전날인 23일에야 뉴델리 대통령궁에서 환영식에 참석한다. 이후 모디 총리와 양자회담이 예정돼 있긴 하다. 다만 8일이라는 넉넉한 일정에 비해 중앙정부 고위급 인사와의 접촉 시간이 부족한 것을 두고 홀대론이 불거졌다. 비벡 데헤지아 칼턴대 교수는 <시엔엔>(CNN) 방송에 “모든 상황이 양국 관계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론니플래닛(여행 책자)에서 보일 법한 가족사진만 있고 공식 행사는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런 푸대접엔 시크교와 얽힌 불편한 속내가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4월 트뤼도 총리가 토론토의 시크교 사원 구루드와라에서 열린 ‘칼사의 날’ 행진에 참석한 것이 인도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시크교도들은 이 자리에서 펀자브주를 중심으로 한 분리독립 요구인 칼리스탄운동도 함께 했다. 칼사는 펀자브어로 순수하다는 의미다.
캐나다에 사는 인도계 시크교도는 50만명으로 추산되며 대다수가 트뤼도 총리 지지층이다. 또 트뤼도 행정부에만 시크교도 장관이 4명이나 있다. 트뤼도 총리는 공개적으로 “인도보다 캐나다가 시크교도 장관을 많이 배출했다”고 농담해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역설적이게도 트뤼도 총리의 이번 방문은 인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였다”며 “트뤼도 총리는 유권자를 행복하게 할지, 혹은 시크교 분리주의와 거리를 둘지 택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또 “인도가 두려워하는 것은 시크교 극단주의가 재점화되는 것”이라며 “이건 인도가 캐나다 퀘벡주의 분리독립을 지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양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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