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의 중부 캔디 디가나에서 6일 군인들이 파손된 건물 잔해를 치우고 있다. 캔디/AP 연합뉴스
극단주의 불교도의 이슬람교도 탄압이 극에 달한 스리랑카에서 6일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내전 후유증을 겪던 2011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알자지라> 방송은 지난달 말부터 이날까지 중부 관광 도시 캔디를 중심으로 벌어진 폭력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10일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소셜미디어에 오르는 종교 관련 증오 글까지도 검열하기로 했다.
<뉴욕 타임스>는 캔디 지역에서만 이슬람교 사원 4곳과 주택 37채, 가게 46곳, 자동차 35대가 피해를 입었다고 전했다. 사태의 시작은 지난달 22일이다. 캔디 인근 텔데니야의 한 주유소에서 불교도인 트럭 운전사가 이슬람교도 젊은이 4명과 말다툼을 하다 폭행당한 뒤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당장 반이슬람 테러 조짐이 일었다. 지난주 동부 암파라 등에서 이슬람 사원과 상점, 차량을 공격하는 테러가 발생했고, 캔디에서도 불교도 수백명이 이슬람교도가 사는 집과 그들이 운영하는 가게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특공대가 개입하면서 잠잠해질 때쯤이던 5일, 시위대가 던진 불씨가 이슬람교도인 압둘 바시트(27)의 집에 옮겨붙었다. 지역 라디오 방송 기자인 그는 2층 방에서 현장 상황을 중계하는 녹음을 하고 있었다. 1층에서 신발 가게를 운영하는 가족은 모두 대피했으나, 바시트가 주검으로 발견되면서 사태가 전국적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리랑카의 중부 캔디 디가나에서 6일 군인들이 화재가 발생한 건물을 봉쇄하고 있다. 캔디/로이터 연합뉴스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두 종교 원로들을 만나 “극단주의 세력의 폭력 행위를 잠재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평화와 조화, 단결을 강조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불교도 싱할라족 일부가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을 띠면서 이슬람교도와 힌두교도를 겨냥한 폭력 사태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강경 불교도들이 이슬람의 강제 개종과 문화재 파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강경한 불교도들은 미얀마에서 박해를 피해 스리랑카로 넘어온 이슬람교 로힝야족이 기거하는 난민센터 철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은 극단주의 불교도들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스리랑카 인구 2100만명 중 불교도는 70%가 넘고, 힌두교도는 13%, 이슬람교도는 9%다. 1983년부터 2009년까지 싱할라족이 주축인 정부와 북부 힌두교도 타밀족 간의 내전이 진행되는 등 민족과 종교를 앞세운 충돌이 끊이지 않았다. 내전으로 10만여명이 숨지고 1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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