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펀푸에서 한국산 의류를 팔아 온 홍은 수입선을 바꿀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한다. 타이베이/양태근 통신원
한국 드라마가 대만에서 바람을 일으키기 훨씬 전부터 대만 의류시장을 주름잡았던 한국의 이른바 ‘동대문 패션’이 저가 중국산의 공세에 밀려 시들해지고 있다.
타이베이의 대표적 의류 도매상가인 우펀푸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고급화 바람을 타고 한국산 의류의 주요 공급원 노릇을 해왔다. 대만의 동대문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대만산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홍콩에서 디자인하고 중국에서 생산한 좀더 세련된 옷들이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이 한국산을 내쫓고 있다. 여성용 가을 캐주얼 자켓의 경우 보통 1200원(약 3만8000원) 정도이나, 한국산은 1700원(약 5만3000원)으로 중고가에 속한다.
이곳에서 6년 동안 한국산 여성 의류를 팔고 있는 한 상인은 “예전에는 한국산이 가격도 적당하면서 디자인이 빼어난데다 불량품도 적어 인기를 누렸다”며 “그러나 지금은 디자인을 빼면 별다른 이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수입선을 중국으로 옮길 예정”이라면서 “한국이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많은 상인들이 타이나 인도네시아 등으로 거래처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의 앞선 디자인을 베껴 인건비가 싼 중국에서 옷을 만들어 파는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산은 더욱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글·사진 타이베이/양태근 통신원 coolyt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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