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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아시아·태평양

싱가포르 ‘사형 남발하는 디즈니랜드’

등록 2005-12-04 18:01수정 2005-12-04 18:01

2일 새벽 오스트레일리아 수도 시드니에서 베트남계 오스트레일레리아 청년 구엔 투옹 반(25)을 위한 밤샘 기도 중 한 여성이 구엔의 사형집행이 임박한 시각에 그의 대형 사진 앞에 노란꽃을 바치고 있다. 구엔은 2일 오전 6시(현지시각) 싱가포르 창이교도소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시드니/AFP 연합
2일 새벽 오스트레일리아 수도 시드니에서 베트남계 오스트레일레리아 청년 구엔 투옹 반(25)을 위한 밤샘 기도 중 한 여성이 구엔의 사형집행이 임박한 시각에 그의 대형 사진 앞에 노란꽃을 바치고 있다. 구엔은 2일 오전 6시(현지시각) 싱가포르 창이교도소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시드니/AFP 연합
‘사형제도가 있는 디즈니랜드!’ 작가 윌리엄 깁슨은 일찍이 싱가포르를 이렇게 일컬었다. 요즘 싱가포르를 얘기하는 데 이보다 적절한 말은 없는 것같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의 거듭된 감형호소와 국제인권단체의 비난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2일 새벽 베트남계 오스트레일리아 청년 구엔 투옹 반(25·?5s사진)을 끝내 교수대에 세운 싱가포르의 살벌한 사법체계와 통제체제가 다시 한 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2만5천달러가 넘는 1인당 국민소득과 잘 정비된 공공주택제도 등 선진국 면모를 자랑하면서도 국제규범에 아랑곳없이 자신만의 독특한 법질서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싱가포르이다.

마약운반 오스트레일리아 청년
국제적 압력에도 끝내 사형
최근 13년 동안 420명 교수대로
변화 바람 불고 있지만
후진적 ‘벌금국가’ 틀은 그대로

싱가포르에서는 헤로인 15g, 코카인 30g 이상 등 일정 분량 이상의 마약을 운반하거나 살인, 납치, 반역, 총기범죄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자동적으로 사형판결이 나고 거의 예외없이 판결이 집행된다. 지금까지 감형된 사형수는 6명에 불과하고 그것도 외국인은 한명도 없다고 한다.

구엔 투옹 반은 2002년 캄보디아에서 헤로인 396g(알약 2만6천개)을 배낭에 넣고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오스트레일리아행 비행기로 갈아타려다 체포됐다.

국제사면위원회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1991~2004년 약 420명을 교수형에 처했으며, 대부분이 마약사범이다. 인구 100만명 당 사형자수(94~98년)가 13.57명으로 세계 1위다. 싱가포르 인권단체 싱크센터는 “선진국중 비폭력사범을 교수형에 처하는 나라는 싱가포르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나 싱가포르 당국은 “사형제도만큼 효과적인 범죄예방책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사형집행 전에 구엔 투옹 반 가족들이 얼굴만이라도 보게 해달라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요청을 거부하다 사형 전날에야 인심쓰듯 면회를 허용할 정도로 완고한 태도를 보였다. “사형제도를 합법화하는 다른 나라 사법당국들과 마찬가지로 싱가포르는 사형수와 그 가족의 면회는 정신적 외상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하워드 총리의 정중하고 개인적인 요청을 고려해 그들이 손을 잡을 수 있게 했다.”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1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싱가포르를 31년이나 통치했던 리콴유 전 총리의 장남 리셴룽은 지난해 대리집권자였던 고촉통으로부터 총리직을 물려받은 이후 싱가포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긴 하다.


리 총리는 지난 8월9일 독립 40주년기념일 축사에서 “싱가포르를 활기차고 국제적이며 에너지가 넘치는 곳으로 만들겠다”고 밝히고 파리의 명물 ‘크레이스호스’ 카바레, 카지노 등 아버지가 엄격하게 금했던 것을 일부 도입했다. 싱가포르의 인권단체 싱크센터가 사형제를 반대하는 공개행사를 열도록 허용하는 등 반대 목소리의 활동 공간도 조금 열어놓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벌금국가’라는 통제의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1000싱가포르달러(62만원)의 벌금을 물리고 있는 싱가포르는 10월 새 흡연규제안을 시행하면서 규제대상이 아니었던 버스정류장과 공중화장실, 수영장 등도 금연구역에 포함시키는 등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거리에 침을 뱉거나, 껌을 들여오거나 팔면 62만원의 벌금이 물리며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 변기 물을 내리지 않거나 아무데나 담뱃재를 떨어도 마찬가지다.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거나 마시다 걸려도 같은 벌금을 내야 한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거나 면허없이 행상을 하면 31만원, 당국의 허가없이 공공장소에서 연설을 하면 124만원의 벌금을 물린다.

구강성교를 불법으로 정해 국민의 안방까지 규제하지만 싱가포르 국민은 대부분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

싱가포르 환경청은 올 1월 중순부터 한달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617명 응답자 가운데 80% 이상이 흡연금지 구역확대안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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