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타이 치앙라이주 탐 루엉 동굴에 들어갔다가 고립된 이 지역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이 3일 구조대가 갖다 준 담요를 덮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타이 해군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실종된 지 9일 만에 살아있다는 소식으로 전 세계에 희망을 선물한 타이 치앙라이 유소년 축구팀 선수들이 수영과 다이빙 훈련을 받아 조만간 동굴에서 탈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4일 <방콕 포스트>는 지난달 23일 관광 목적으로 매사이지구 탐 루엉 동굴에 들어갔다가 고립된 11∼16살 소년 12명과 코치가 산소마스크를 쓰고 숨을 쉬는 잠수 기술을 배우며 빠져나올 준비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갑작스레 내린 폭우로 동굴 안에 갇혔다가 지난 2일 수색에 나선 영국인 잠수부에 의해 발견됐다.
전날 아누퐁 파오진다 타이 내무부 장관은 더 많은 비가 오기 전에 주요 출구를 통해 소년들을 밖으로 빼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현장에선 구조 시기와 방식을 확정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이번 주말 비 소식이 예정돼 한시가 급하지만, 소년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심하고 있다.
가능성이 큰 구조 방식은 소년들이 직접 헤엄쳐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이 경우 소년들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탁한 물길을 2.5㎞가량 헤엄쳐야 한다. 좁은 통로를 제외하곤 잠수부 2명이 소년 1명을 호위할 예정이지만, 구조대원 도움 없이 혼자 잠수해야 하는 구간도 있다. 동굴 내 물살이 센 데다 소년 중 수영에 능숙한 사람이 없어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23일 타이 치앙라이주 탐 루엉 동굴에 들어갔다가 고립된 이 지역 유소년 축구팀 한 선수가 3일 발에 난 상처를 치료하고 있다. 타이 해군 페이스북 영상 갈무리
우기가 끝나 동굴 수위가 낮아질 때까지 몇 개월을 버티는 안도 논의되고 있으나, 이 또한 소년들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비가 더 많이 내려 에어포켓이 줄어들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동굴 잠수 전문가인 벤 레이미난트는 “날씨가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고 했고, 타이 해군 사령관 아파꼰 유콩테는 “그들이 정신적·육체적으로 준비됐다고 판단됐을 때 데리고 나올 것”이라며 “넉 달이 걸릴 수도, 한 달이 걸릴 수도, 일주일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조당국은 펌프를 이용해 동굴 안 빗물을 빼는 동시에, 통로에 케이블선을 설치해 소년들이 빠르고 쉽게 헤엄칠 수 있도록 설비를 갖추고 있다. 동굴 밖에선 의료진이 구조 예행연습을 벌였고, 소년들이 부모와 상시 연락할 수 있도록 전화선도 연결하고 있다.
전날 의료진이 포함된 구조대 7명이 동굴로 들어가 소년들에게 식량과 응급 의료물품을 전달했다. 소년들은 소화가 쉽고 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한 젤 형태의 고열량 에너지 식품을 받았고, 구운 닭고기와 밥, 우유 등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수위가 갑자기 높아질 것에 대비해 최소 4일 치의 음식과 산소통 70개도 함께 주어졌다.
이날 타이 해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소년들은 전날보다 한층 안정된 모습으로 대기하고 있다. 은색 담요를 덮어쓴 이들은 무사귀환을 바라는 가족들을 향해 인사했다. 돌아가면서 합장을 하고, 이름을 소개하고, 구조대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건네다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손으로 브이(V) 자를 그리고 치아가 보일 정도로 해맑게 웃는 모습은 영락없는 10대 소년들이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