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드 라아드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2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퇴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네바/로이터 연합뉴스
자이드 라아드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과 관련해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 겸 외무장관을 향해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알후세인 대표는 퇴임을 앞두고 29일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서 “수치 국가자문은 군부에 대해 변명하기보다는 가택연금 상태로 복귀하는 것을 고려해야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후세인 대표는 “(수치는) 뭔가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버마(미얀마)군의 대변인이 될 필요는 없다”며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또 “(수치는 인종청소 주장은) 잘못된 정보라는 얘기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건 조작”이라며 “수치는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될 준비가 돼 있지만 이 조건에선 아니다’라고 말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역사에서 수치는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아니라,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권 침해에 직면해 행동하지 않은 사람으로 기록돼야 한다”고 했다.
로힝야 사태는 지난해 8월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이 경찰 초소를 습격하면서 시작됐다. 미얀마군은 이후 로힝야족에 대해 집단 성폭행, 방화, 고문을 서슴지 않았고, 70만명 이상이 방글라데시로 피난했다. 후세인 대표는 사태 초반부터 이를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사례”로 규정하며 수치의 결단을 촉구했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이 28일 양곤에 있는 양곤대학교에서 학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유엔인권이사회 진상조사단은 지난 27일 “군부가 인종청소 의도를 갖고 대량 학살과 심각한 인권 유린,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며 민 아웅 흐라잉 총사령관 등 군부 인사 6명을 국제법에 따라 기소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또 수치 국가자문이 이끄는 정부가 로힝야족을 겨냥한 증오 표현을 허용하고, 관련 기록을 폐기했으며, 라카인·카친·샨주에서 반인권 범죄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989년부터 16년간 군부 독재 아래에서 가택연금 상태에 놓였던 수치는 미얀마 민주주의의 희망으로 불려왔지만, 지금은 로힝야 사태를 방관해 세계적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 홀로코스트기념관이 2012년 그에게 준 ‘엘리 위젤상’을 철회했고, 영국 옥스퍼드·에든버러·아일랜드 더블린은 명예시민권을 박탈했다. 노벨위원회도 노벨평화상을 철회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베리트 레이스 앤더슨 노벨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수상자가 수상한 후에 무엇을 하는지 감독하지 않는다”며 “수상자 스스로 자신의 평판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