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사망한 마리아노 블랑코 론다시 시장. 세부 데일리 뉴스 누리집 갈무리
유명 휴양지인 필리핀 세부에서 5일 오전 총격 사건이 벌어져 마리아노 블랑코 론다시 시장이 사망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2016년 6월30일 이후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시장 또는 부시장은 최소 15명으로 늘어났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블랑코 시장은 이날 오전 1시30분에서 2시30분 사이 사무실에서 잠을 자다가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범인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역 경찰은 용의자와 살해 동기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랑코 시장은 2010년부터 론다시를 이끌어 왔다.
이 지역에선 지난 2월 조나 존 언갑 론다시 부시장 또한 세부 도시 청문회에 참석한 뒤 무장 괴한에 의해 살해당한 바 있다. 언갑 부시장은 블랑코 시장의 조카이기도 했다. 필리핀 <래플러>는 “블랑코가 불법 마약 조직과 연루된 혐의로 이 지역 경찰 인력을 빼앗긴 적이 있으며, 뇌물 수수 혐의를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블랑코 시장이 마약 조직과의 거래 관계가 있어 ‘공무원 블랙리스트’에 올라있었다고 전했다.
필리핀에서 정치인을 겨냥한 살해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바탕가스주 타나우안시에서 안토니오 할리리 시장은 시청 밖에서 열린 국기 게양식에 참석했다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할리리 시장이 살해당하는 장면은 동영상으로 촬영돼 온라인상에 퍼져나가 큰 충격을 줬다.
이 사건이 있은 지 하루 뒤엔 누에바에시하주 제네럴티니오에서 페르디난드 보테 시장이 오토바이를 타고 온 괴한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시엔엔>은 살해된 이들 다수가 마약 거래를 단속해왔거나 마약 조직과 관련이 돼 있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시장 연쇄 살인 사건에 연관성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두테르테 행정부는 임기 직후부터 마약과 부패 척결 운동을 집중적으로 전개해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천건의 살인, 광범위한 인권 침해도 서슴지 않아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두테르테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마약 사범 최소 4500명이 경찰에 의해 살해됐으며, 정황이 드러나지 않은 사망사건도 2만3500건을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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