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 트럼프 저항세력 있다’…미 고위관리 익명 기고

NYT, 이례적인 익명 ‘고위관리’ 기고 게재
‘트럼프의 무모한 결정 막으려 노력한다’
‘트럼프에 대한 저항으로 이중의 대통령직’
트럼프, ‘익명 고위관리 존재하면 밝혀라’

<뉴욕타임스>에 5일 게재된 미 행정부 ‘고위관리’의 익명 기고.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트럼프의 결정을 막으려는 저항세력들이 있다고 이 기고는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난맥상에 대한 내부 폭로가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폄하하는 내부 소식통들을 인용한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 발간에 이어 익명의 고위 관리가 트럼프에 저항하는 내부 움직임을 밝힌 기고가 <뉴욕 타임스>에 실렸다.

<뉴욕 타임스>는 5일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라고 밝힌 필자가 ‘나는 트럼프 행정부 내 저항의 일부다’라는 제목으로 쓴 기고를 게재했다. 기고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리들은 조국을 트럼프의 “최악의 성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대통령의 의제들 중 일부를 무력화하려고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도덕성” 및 “충동성”이 잘 모르고 무모한 결정들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신문에 필자를 밝히라며 압박에 나서,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의 충돌도 심화되고 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서 이 기고를 겨냥해 “반역?”이라고 반응했다. 그는 다른 트위터에서 “소위 ‘고위 행정부 관리’가 정말로 존재하거나, 아니면 망해가는 뉴욕 타임스의 또 다른 가짜 소식통인가?”라며 “만약 그 배짱 없는 익명 인사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뉴욕 타임스는 국가 안보 목적으로 즉각 그를 정부에 내놓아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익명의 기고를 게재하는 드문 조처를 취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리인 필자의 요청에 따라 그렇게 했고, 그의 신원을 우리는 알고 있으나 그것을 밝힌다면 그의 직책이 위태롭게 된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이 기고를 익명으로 게재하는 것이 우리 독자들에게 중요한 관점을 제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필자는 “트럼프가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는 딜레마는 그 자신의 행정부의 많은 고위 관리들이 트럼프의 의제와 그의 최악의 성향을 저지하려고 내부에서 근면하게 일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나도 그들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문제의 근원은 대통령의 비도덕성”이라며 “트럼프와 일하는 누구라도 그가 자신의 정책 결정을 어떠한 안목 있는 원칙에 입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보수주의자로 밝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원으로 당선됐으나, 보수적 가치들에 어떠한 친밀감도 보이지 않고 그 가치들을 명백히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이 “국민의 적”이라는 인식을 팔아먹는 데 더해 반교역, 반민주적인 충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그는 “백악관에서부터 실무 행정 부처까지, 고위 관리들은 최고 사령관의 언급과 행동에 대해 일상적 불신을 드러낼 것”이라며 “대부분은 트럼프의 변덕으로부터 자신들의 작업을 절연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이는 이 혼란한 시대에 도움이 안 되는 위안이나, 미국인들은 그곳에도 어른들이 있음을 알아야만 한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완전히 인식하고 있고, 트럼프가 옳게 하지 않을 때도 우리는 옳은 것을 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 “이중(투 트랙)의 대통령직”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별개로 작동되는 국정 운영이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공개적으로나 사적으로,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지도자 같은 전제 군주나 독재자에 대한 선호를 보이고, 우리와 동맹을 연결하는 관계에 조금도 진정한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럼에도 눈치 빠른 관찰자들은 행정부의 나머지는 다른 길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러시아 같은 나라들은 개입과 그에 상응한 제재를 요구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소극적이지만 “국가안보팀은 모스크바를 책임 있게 만들려면 그런 행동들이 취해져야만 한다는 것을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들은 “딥 스테이트의 작업이 아니다”라며 “일상적 국가의 작업”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은밀히 숨어서 권력을 휘두르며 자신을 방해하는 ‘딥 스테이트’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특히 내각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탄핵 절차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25조를 들먹이는 은밀한 얘기들이 초기부터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행정부 내에서는 조국을 우선으로 놓기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조용한 저항이 있다”며 “그러나 매일 시민들이 정치를 넘어서서 미국인이라는 단 하나만의 대의를 위해 초당적으로 모든 차이를 극복해야만 진정하게 바뀔 것”이라고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