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11일 <한겨레>가 방문한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쿠투팔롱 난민캠프 모습. 로힝야족 아이들이 천진난만한 웃음을 짓고 있다. 콕스바자르/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로힝야족을 집단학살한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처는 아직까진 ‘말의 성찬’에 그치고 있다.
유엔 조사단은 지난달 19일 로힝야족 학살 사태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해, 이번 사태는 ‘사실상의 인종청소’라며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 등 군부 지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도 이날 로힝야족 사태에 대한 예비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파투 벤수다 국제형사재판소 수석검사는 성명에서 “로힝야족 사태에 대한 전면 조사를 할 충분한 증거가 있는지를 판단할 예비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들은 벤수다 수석검사에게 조사권이 있다고 결정했다. 미얀마는 국제형사재판소 설립 조약인 로마조약 가입국은 아니지만, 이 사태가 조약 가입국인 방글라데시 영토에서도 일어났기 때문에 관할권이 있다고 결정한 것이다.
국제형사재판소는 개별 국가가 단죄할 의지가 없는 반인도적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법기구다. 하지만 주요국과 관련국들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재판소가 사태의 실체를 조사하고 이에 근거해 재판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얀마는 국제사회의 조사에 협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로힝야족 탄압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미얀마의 사법체계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유엔 등 국제기구에 협조할 의사는 밝히지 않고 있다. 한술 더 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국제형사재판소가 미국의 주권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얀마를 식민통치하며 로힝야족 문제가 생겨나는 데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영국도 국제형사재판소의 조사·처벌보다는 미얀마 정부의 자체 조사를 기대하고 있다. 이에 180명 넘는 영국 하원의원들이 영국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 조사에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그렇다고 로힝야족 사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다뤄질 가능성도 적다.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미얀마 정부 편을 들 것이기 때문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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