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에 처한 말레이 호랑이가 ‘열대과일의 왕’으로 불리는 두리안의 인기 때문에 서식지를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말레이반도와 타이 남쪽 끝에 사는 말레이 호랑이의 개체 수는 현재 300마리 이하로 추정된다.
<가디언>은 24일 중국에서 두리안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말레이시아 파항주 라우브의 숲이 두리안 농장으로 바뀔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지역은 중국과 싱가포르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두리안 관광지’가 되면서 이미 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자연기금의 시티 주라이다 아비딘 말레이지부 담당자는 두리안 농장 건설이 계획된 후루 셈팜 지역이 말레이 호랑이 보호구역과 매우 가깝다면서 “개간은 넓은 숲 구역을 갈라놓고 야생동물 움직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지역은 2008년 ‘말레이시아 국가 호랑이 행동 계획’에 따라 호랑이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당시 말레이 정부는 2020년까지 호랑이 개체 수를 1000마리로 2배가량 늘리겠다고 목표를 잡았다. 그러나 이후 개체 수는 300마리까지 떨어졌다. 2015년 6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말레이 호랑이를 ‘멸종위기’군에서 ‘중대한 멸종위기’군으로 재지정했다.
후루 셈팜에 들어설 두리안 농장은 정부와 연계된 기업 ‘퍼바다난 세티아우사하 케라잔’이 주관한다. 농장 넓이는 여의도의 1.5배인 1213㏊로 예정돼 있다.
맛과 영양가가 뛰어난 두리안을 찾는 중국인들은 계속 급증하고 있다. 최상급 말레이산 두리안은 2년 새 값이 30% 이상 올랐다. 이 때문에 두리안은 말레이의 가장 큰 수출 품목인 팜오일의 수출액을 조만간 뛰어넘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현지 환경단체는 팜오일 산업으로 오랑우탄 같은 멸종 위기 종의 서식지가 파괴된 것처럼 두리안의 인기로 호랑이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두리안 수입 규모는 지난 10년간 평균 26% 늘면서, 2016년 수입액이 11억달러(약 1조2470억원)에 달했다. 세계에서 두리안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는 타이로, 연간 40만t(5612억원어치)을 수출한다. 이 가운데 30만t이 중국으로 간다.
싱가포르 대중교통에 걸려있는 두리안 반입 금지 표시.
두리안은 고급 과일이면서도 구린내가 난다는 이유로 싫어하는 이들도 꽤 있다. 싱가포르에는 반입이 금지된 장소들이 있으며, 대중교통에 반입하면 벌금 500싱가포르달러(약 41만원)를 내야 한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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