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군인들을 태운 차량이 30일 선거 포스터가 붙은 선거소 인근을 지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방글라데시 총선 투표 과정에서 유혈충돌이 발생해 최소 12명이 사망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30일 오전부터 방글라데시의 4만여개 투표소에서 총선 투표가 시작됐다. 총 1억400만명의 유권자가 참여해 299개 선거구에서 새 의원을 뽑는다. 정부는 전국에 60만명의 보안 요원을 배치해 비상경계 태세를 유지했다.
하지만 집권당인 아와미연맹 지지자와 야당 방글라데시민족당 지지자들이 충돌하면서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다른 3명은 충돌을 진압하던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졌고, 보안요원 1명은 총과 막대로 무장한 야당 지지자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이번 총선은 셰이크 하시나(71) 현 총리가 4번째 집권에 성공할지에 관심이 쏠렸다. 초대 대통령을 지낸 셰이크 무지 부르 라흐만의 딸인 하시나는 1996~2001년 첫 총리직을 수행한 후 2009년부터 두 차례 총리 연임에 성공했다. 하시나 총리와 아와미연맹은 2009년부터 연 6%가 넘는 경제성장을 이뤄낸 것을 앞세워 총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대항마로 거론됐던 칼레다 지아(73) 전 총리는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이번 선거에 나오지 못했다. 1980년대 재임한 지아우르 라흐만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였던 지아는 남편이 군 쿠데타로 사망한 뒤 정치에 뛰어들었다. 1991년 남편이 창당했던 방글라데시민족당의 총선 승리로 첫 여성 총리가 됐고, 하시나에게 총리 자리를 뺏긴 뒤 2001년 총선 승리도 두 번째 총리직에 올랐다.
하시나 총리와 집권당은 총선 과정에서 노골적인 야당탄압과 언론 통제 등으로 비판을 받았다. 선거 관련 루머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를 차단하기도 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뉴스채널의 방송 송출이 막히는 사건도 발생했다. 투표 과정에선 집권당 지지자들이 외신 기자들을 공격하는 사건과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신들은 야당탄압 분위기에서 집권당에 유리한 선거가 치러져 하시나 총리의 아와미연맹이 선거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종 개표 결과는 31일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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