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개최한 파푸아뉴기니 정부가 행사용으로 산 고급차 284대를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에이비시>(ABC) 방송은 행사용 차량 회수를 지휘하는 파푸아뉴기니 경찰 간부 데니스 코르코란이 12일 “에이펙 행사에 쓴 284대가 아직 회수되지 않았다”며 사용자들에게 반납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반납되지 않은 차량은 도요타 랜드크루저, 포드, 마쓰다, 미쓰시비 브랜드로, 파푸아뉴기니 정부가 행사를 위해 산 것이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대당 2만달러(약 2억2400만원)가 넘고, 회의 기간에 주로 각국 정상들을 태운 마세라티 40대와 벤틀리 3대는 이미 회수했다고 밝혔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아직 회수되지 않은 284대도 대부분 정부 기관 차고에 있거나 의료 및 소방 또는 다른 분야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코르코란은 284대가 누구에게 배정됐는지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지 3개월이 다 돼가는데 차량 반납을 호소하는 것으로 봐서는 회수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짐작된다. 코르코란은 행사용으로 산 차량 9대가 도난당한 사실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일부 회수된 차량들 중에는 파손된 것들도 있다고 한다. 파푸아뉴기니 정부는 행사에 쓴 차들은 경매에 부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시아 빈국들 중 하나인 인구 730만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는 국가 브랜드를 알리고 투자를 유치하려는 목적으로 에이펙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그러나 돈이 달려 중국과 오스트레일리아의 도움을 받았다. 게다가 소아마비가 유행하는 가운데 비싼 차을 대거 구입한다는 소식에 수천명이 항의 시위를 하기도 했다. 에이펙 행사 직후에는 경비에 동원된 군인과 경찰 300여명이 약속받은 특별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의사당으로 몰려가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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