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령 카슈미르에서 27일 군병력이 추락한 자국 군용기 주변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스리나가르/AP 연합뉴스
핵무장 국가인 인도와 파키스탄이 1971년 전쟁 이후 처음으로 공중전까지 벌이면서 두 나라 갈등이 비등점을 향해 치닫는 모양새다.
파키스탄 공군이 27일 오전 자국 영공에서 인도 전투기 2대를 격추시켰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전날 인도군이 분쟁 지역인 카슈미르 일대에서 파키스탄 쪽을 겨냥해 맹폭을 퍼부은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파키스탄군의 아시프 가프르 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인도 전투기들을 격추했다며 “오늘 아침 파키스탄 공군이 통제선 부근에서 6개 목표물을 겨냥한 작전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으며, 모든 군사 행동은 우리의 영공 안에서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격추된 인도 전투기들 가운데 1대는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에, 나머지 1대는 인도령 카슈미르에 추락했다”며 “인도 전투기 조종사 2명이 지상에서 체포됐다”고 덧붙였다.
파키스탄 외교부도 이날 성명을 내어 “이번 군사 행동의 유일한 목적은 자기 방어를 위한 파키스탄의 권리와 의지,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사태가 악화하는 걸 원치 않지만, 그렇게 될 경우를 대비한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이달 14일 파키스탄계 무장 세력이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자살폭탄공격을 벌여 인도 경찰 42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촉발됐다. 인도 공군은 26일 양국이 분할한 카슈미르에서 사실상 국경 구실을 하는 ‘통제선’(LoC)을 넘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풀와마 지역의 ‘테러단체 훈련 캠프’를 공습했다. 이어 두 나라 지상군 병력도 통제선 부근 10여곳에서 공방을 벌였으며, 26일 밤 인도군의 포격으로 파키스탄 민간인 4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인도-파키스탄-중국 국경 산악지대에 자리한 카슈미르는 주민의 절대 다수가 무슬림이다. 1947년 영국에서 독립할 당시 파키스탄과 인도령으로 분할됐으며, 이후 두 나라 모두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3차례나 전쟁을 치른 바 있다. <알자지라>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인도령 카슈미르 공항을 비롯한 인도 북부 공항 4곳이 폐쇄됐으며, 라호르·페샤와르 등 파키스탄 북부 공항 역시 항공기 운항이 금지됐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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