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군 당국이 공개한 인도 전투기 파일럿의 모습. AP 연합뉴스
파키스탄에 붙잡힌 인도 파일럿의 송환 문제가 군사충돌을 벌인 양국 간에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28일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전날 파키스탄 정부를 향해 현지에 억류된 자국 공군 소속 파일럿을 무사히 돌려보내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아비난단 바르타만이라는 이름의 이 파일럿은 전날 파키스탄 공군기에 의해 격추된 인도 공군 미그21 전투기 조종사다.
파키스탄군은 바르타만을 지상에서 생포한 후 신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은 애초 인도 파일럿 2명을 붙잡았다고 발표했다가 오후 1명으로 수정했다.
바르타만의 억류 소식은 파키스탄 정부가 공개한 영상과 사진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영상을 보면 바르타만은 눈이 가려졌고 얼굴은 피범벅인 상태였다. 그는 공포에 질린 듯 영상을 찍는 파키스탄 측 인물에게 "파키스탄군이 (화난) 군중으로부터 나를 구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고 깍듯하게 존칭(sir)까지 썼다.
이밖에 바르타만이 전투기에서 끌려 나와 주민에게 구타당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도 온라인에 떠돌아다녔다.
모욕적인 영상을 접한 인도 정부는 '천박하다'고 비판하며 발끈했다.
이런 영상과 사진을 유포한 것은 포로를 보호해야 하는 제네바협정 규정과 인권 관련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인도 외교부는 주인도 파키스탄 대사 대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파일럿을 즉시 풀어주고 무사히 돌려보내라"고 요구했다. 양국은 26∼27일 이틀 연속으로 공중전과 지상 박격포 공격 등을 주고받으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역사상 핵보유국끼리 공습을 벌인 것은 처음이라는 외신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자칫 전면전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불에 기름을 붓듯 파일럿 억류 영상이 인도 국민의 감정을 더 자극한 것이다.
반대로 이 파일럿이 오히려 인도와 파키스탄 간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파키스탄 정부는 논란이 일자 영상 등을 삭제하고 적극적으로 수습에 나섰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도 27일 오후 TV 성명을 통해 "앉아서 대화하자"고 인도 측에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파키스탄이 이 파일럿을 이용해 계속 인도를 자극하면 갈등이 더 심해질 수 있지만 무사 송환이 성사되면 오히려 위기가 극적으로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와 파키스탄이 국경충돌에서 물러날지는 이 인도 파일럿이 운명에 달린 듯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